레트로 LP로 만나는 노래《12》트윈폴리오 - 추억의 히트송
1960년대 말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노래 좀 한다는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다. 송창식과 윤형주도 그런 젊은이들 중 하나였다.
송창식은 6·25 때 경찰관이었던 부친이 전사하고 9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 친척집을 전전하며 자랐다. 송창식의 외로움을 달래준 건 음악이었다.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그는 서울예고 성악과에 들어갔으나 학비를 내지 못해 2학년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생도 아니었지만 홍익대에서 수업도 듣고 교정 잔디밭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르다가 홍대 공예과 2학년이던 이상벽의 눈에 띄었다. 쎄시봉에서 ‘대학생의 밤’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던 이상벽은 그를 쎄시봉으로 이끌었다. 송창식은 아는 팝송이 없어 통기타 반주에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 무렵 쎄시봉 무대에서는 연세대 의대 2학년이었던 윤형주가 팝송을 주로 부르고 있었다. 대학 1학년 때 미도파 백화점에서 열린 노래경연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며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1등은 이장희였다. 송창식이 처음 윤형주에게 트리오 결성을 제안했을 때, 윤형주가 거절했다고 한다. 송창식은 그때만 해도 포크의 기본도 몰랐기 때문이다. 얼마 후 1967년 송창식 윤형주 이익균 세사람은 <쎄시봉>이란 보컬 트리오를 결성해 화제를 모았는데,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이익균이 군입대로 빠지고 남은 송창식과 윤형주가 다시 결성한 듀오가 ‘두 장의 악보(樂譜)’란 뜻의 <트윈 폴리오Twin Folio> 였다. 악보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1960년대 후반, 미8군으로부터 간간이 흘러나오는 악보를 ‘송 폴리오(Song folio)’라 한데서 착안한 이름으로, 느낌이 완전히 다른 두 개성이 만나 하나로 완벽해지는 그룹의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첫 히트곡은 「하얀 손수건」이다.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를 송창식이 번안해 발표하여 엄청나게 히트했다. 경쾌한 통기타 선율과 시원하고 풍성한 저음인 송창식의 멜로디에 결이 곱고 투명한 윤형주의 감미로운 하이톤 화음은 순식간에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트윈 폴리오는 이후에도 자작곡 없이 「웨딩 케이크」, 「축제의 노래」, 「사랑의 기쁨」등 외국곡을 번안해 불렀는데 서정적인 노랫말로 부르는 노래마다 주목을 받았다. 당시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표되던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호응과 함께 우리나라 포크송 시대의 전성기를 열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자 트윈 폴리오는 1968년 12월 23~24일 서울 남산의 드라마센터에서 첫 리사이틀을 가졌다. 매회 관객석 600석 매진에 200여명이 더 몰려들었고 1년 뒤인 69년 12월, 해체 선언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가진 고별리사이틀 역시 해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성화로 앙코르 공연까지 치러야 했을 정도다.
1968년 12월 성음제작소는 옴니버스 시리즈 <흘러간 외국가요 추억의 히트송 12집>을 발매했다. 조영남, 이주랑, 유주용, 김상희, 트윈폴리오, 수지 베이비, 이시스터즈, 블루벨즈가 부른 번안곡 12곡을 수록한 컴필리에이션(여러 가수의 히트곡을 한꺼번에 수록한 앨범) 음반이었다.
음반 A면 네 번째 트랙이 트윈폴리오의 「렛 이트 비미 Let it Be Me」 다. 영국의 에벌리 브라더스의 노래를 영어가사 그대로 불렀는데 나중에 취입한 독집에서는 「낙엽」으로 번안하고 영어가사를 덧붙여 불렀다. 첫 트랙인 조영남의 「고향의 푸른 잔디(Green Green Grass of Home)」에는 트윈폴리오가 코러스로 참여했다. 그동안 트윈폴리오 데뷔음반은 1969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한 「하얀 손수건」 수록음반으로 알려져 있었다. 윤형주와 송창식은 “조영남 씨를 따라 스튜디오에 가서 번안곡을 녹음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음반으로 출시되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음반사가 가수에게 음반 발매여부를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가수들조차도 자신들의 데뷔음반을 잘못 알고 있다가 이 음반의 존재가 확인된 후 이 음반이 트윈폴리오의 공식적인 데뷔음반이 되었다.
이 음반에는 원곡자에 대한 설명과 한국어 가사와 악보가 담겨있는 해설서가 들어있는데, 여기에는 조영남과 함께 녹음하는 트윈폴리오의 사진도 있다.
이들의 첫 독집 앨범은 1970년 1월 발매되었다. 번안곡 12곡이 수록된 ‘튄폴리오 리사이틀’이라는 앨범이었는데 첫 독집이 은퇴기념 앨범이 되고 말았다. 팀은 해체되었지만 트윈 폴리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해체 후에도 계속된 팬들의 요청으로 몇 차례 더 비공식 고별 공연을 열었고 노래가 계속 라디오 전파를 탔기 때문에 공식 활동기간은 1년 10개월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주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기억된다.
낙엽 (Let It Be Me)
비오는 가을밤에 울리는 종소리에
내 가슴 다시 아파지네
지난 날 걸어온 길 돌이켜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우네
그 찬란하던 당신의 모습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떠도는 낙엽처럼 저 멀리 떠나리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다
Each time we meet love
(우리가 사랑으로 만날 때마다)
I find complete love
(난 운명같은 사랑을 느꼈어요)
Without your sweet love
(당신의 달콤한 사랑이 없었다면)
What would life be?
(내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So never leave me lonely
(그러니 날 외롭게 두고 가지 마세요,)
Tell me you love me only
(오직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And that you'll always let it be me
(언제나 내 곁을 떠나지 않을꺼라고 말해줘요)
Now and forever, let it be me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머물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