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LP로 만나는 노래《37》김정호 - 보고싶은 마음·이름모를 소녀

2025-07-22     용인일보

김정호는 1974년 <보고싶은 마음 이름모를 소녀> 타이틀로 데뷔음반을 발표했다. 김정호 작곡집이기도 한 이 앨범에는 김정호가 창작한 9곡과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리메이크한 트랙까지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가슴을 울리는 김정호만의 창법으로 대중에게 강력한 반응을 일으킨 명반이다. 이전의 포크송이 단순한 통기타 반주였던 것과 달리, 편곡자 안건마는 김정호의 곡들을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와 오르간이 주도하는 세련된 사운드로 편곡했다.

김정호, 보고싶은 마음 이름모를 소녀 LP ⓒ조대안 소장 

이 음반은 초반과 재반, 삼반까지 있다. 수록곡은 같은데 재킷 앞뒷면의 사진만 다르다. 초반 앞면은 커다란 고목나무 사이로 김정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고 뒷면은 고목나무 위에 올라가 서있는 김정호의 전신사진에 편곡자 안건마의 작은 사진을 넣었다. 재반 앞면은 나무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고 뒷면은 초반 앞면 컬러 사진을 붉은 톤의 흑백으로 처리한 사진이다. 「이름모를 소녀」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유니버샬레코드는 이듬해인 1975년 「KIM JUNG HO GOLD」 음반을 발매한다. 타이틀곡을 「이름모를 소녀」로 하고 앞면에 물가에 앉은 김정호의 사진을 넣어, 새 앨범 같지만 실은 수록곡이 같아 데뷔 앨범의 세 번째 버전이다. 뒷면에는 김정호가 나무 앞에 앉아있는 재반의 앞면사진을 모노톤으로 처리해 넣었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인 김정호(본명 조용호)의 외가는 국악 명가다. 어머니 박숙자는 동일창극단원으로 명창이었고, 외조부 박동신은 판소리 창작에 큰 업적을 남긴 국악계의 거장이다. 국립국악원 수석단원인 외삼촌 박종선의 아쟁 연주 소리는 그에게 음악적 영감의 근원이었다. 가계에 흐르는 이러한 음악 배경이 김정호에게 남다른 창법과 탄탄한 창작능력을 갖게 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호는 포크그룹 어니언스에게 방송데뷔곡으로 「사랑의 진실」과 TBC 신인가요제 대상곡인 「작은 새」를 만들어주었다. 듀엣 투 에이스(금과은)에게 준 「빗속을 둘이서」는 최대 히트 명곡이 되었다. 자신이 만든 곡들이 크게 성공하자 그는 본격적으로 가수로 데뷔할 준비를 하다가 남성 듀오 4월과5월의 리더 백순진을 만나 탈퇴한 김태풍 대신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김정호의 재능을 알아본 지구레코드는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그를 전속계약으로 묶어두려 했지만, 계약 조건에 반발한 김정호는 두 달 만에 팀을 탈퇴했고, DJ 이종환의 소개로 유니버샬레코드와 계약하고 솔로 가수로 독립했다.

김정호, 보고싶은 마음 이름모를 소녀 LP ⓒ조대안 소장 

히트곡 「이름 모를 소녀」는 김정호의 오랜 짝사랑 사랑앓이를 담은 명곡이다. 김정호는 교동초교 선배의 사촌동생인 이영희를 중학생때부터 좋아했다. 연애편지를 수차례 보내고 집으로도 찾아갔지만, 무명 가수였던 그를 못마땅해 한 그녀의 어머니가 강하게 반대해 사랑을 이룰 수 없었다. 김정호가 싫지 않았던 이영희는 그가 만든 「이름 모를 소녀」를 듣자마자 자신을 그리며 만든 노래라는 것을 알았다. 1974년 봄, 서울 명동 쉘브르에서 노래하던 김정호를 찾아간 그녀는 사랑을 확인하고 3년 후 1977년 결혼했다.

「이름 모를 소녀」는 당대 수많은 청소년의 가슴을 울리며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1974년 11월에는 김수영 감독이 동명의 영화도 제작했다. 김정호는 출연료 30만 원을 받고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했다. 이 영화에는 석찬, 홍민, 혼성 듀엣 원플러스원, 포크 록 밴드 들개들 등 당대의 젊은 포크가수들도 출연했다. 당시 여주인공인 영화배우 ‘정애정’이 노래 제목을 따서 예명을 ‘정소녀’로 정했을 만큼 이 노래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호소력 짙은 김정호의 노래는 학생층의 전유물이었던 포크 장르를 전 국민으로 넓히는 데 기여했다. 대중은 김정호의 처연한 멜로디와 가슴을 적시는 슬픈 노랫말에 사로잡혔다. 그리움, 슬픔, 이별의 정서를 토해내듯 노래한 김정호의 창법은 후배 가수들에게 지대한 음악적 영향력을 끼치며 롤 모델이 되었다.

 

이름 모를 소녀        김정호 작사·김정호 작곡

버들잎 따다가 연못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 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젖은 금빛물결 바람에 이누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 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젖은 금빛물결 바람에 이누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조대안 음반수집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