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국민가수 조용필이 부른 노래 '못찾겠다 꾀꼬리'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겨운 가사를 담고 있다.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나는야 오늘도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꺼야
모두가 숨어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지
하나 둘 아이들은 돌아가 버리고
교회당 지붕위로 저 달이 떠올 때
까맣게 키가 큰 전봇대에 기대 앉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오늘도 술래"
가사를 음미해보면 코흘리개 시절 놀던 생각에 흥겨운 기분이 절로 든다.
그런데 요즘 용인시에서는 시 산하 기관의 대표를 찾는 일에 '못찾겠다 꾀꼬리'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 초 통합공사로 출범한 용인도시공사는 현 도시공사 사장인 최광수 후보가 제출한 경력이 문제가 됐다.
현대건설 상무이사보를 지낸 최 후보는 경력난에 '현대건설 임원'이라고 기재했다.
이를 놓고 박재신 의원 등 일부 시의원은 허위경력이라고 문제삼고 나섰다.
급기야 현대건설측이 공문을 보내 상무이사보부터 임원으로 인정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경력시비는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무수한 억측이 나돌았다.
최 후보가 김학규 시장측이 추천한 사람이어서 견제를 받는다는 말도 나돌았고, 그를 문제삼은 일부 시의원은 자신이 지원하는 후보가 떨어지자 시비를 건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참으로 누가 술래이고, 누가 숨은 사람인지 어지럽다.
이같은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엔 용인 문화재단 상임이사 선임을 놓고 술래잡기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8일 용인문화재단은 상임이사로 전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조석준씨(57)를 내정했다.
이사회가 2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인 조씨를 내정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달인 지난 5일 용인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는 '용인시 문화재단 상임이사 임명 동의안'을 부결처리했다.
이날 비공개 투표로 이루어진 8명의 상임위 소속 의원들 가운데 반대가 5명, 찬성이 3명으로 조석준 상임이사 임명에 대한 동의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이같은 여파로 문화예술과는 이달 12일 열리는 2차 본회의에 상정할 새로운 상임이사 후보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기준 복지산업위원장은 “조석준씨가 지난 2003년부터 4년여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 할 정도로 화려한 이력은 인정하지만 용인문화예술진흥 발전을 위해 문화재단 상임이사를 맡기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조석준씨의 답변이 부족했고, 문화예술에 대한 깊이와 문화예술 관련 기관 경영능력 등 문화예술관련 법인, 문화시설 등을 운영할 능력이 뛰어나다는 신뢰를 의원들에게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조씨가 용인문화재단을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의 비전과 청사진 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행능력에 있어서 함량이 부족하다고 의원들이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의원은 "주무부서에서 후보를 선정하기에 앞서 시의원들에게 충분한 사전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부족했고,지역정서를 잘아는 후보를 선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부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홍동 문화예술과장은“이번 상임이사 공개채용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투명하게 선발했는데 임명 동의안이 부결돼 안타까울 뿐”이라며 “서울 출생으로 용인 토박이는 아니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인정받는 후보인데 부결처리되면 과연 누구를 후보로 내새워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학규 시장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이 문화재단 이사장이라고 해서 상임이사도 무조건 시장측근이라고 오해하거나 정치색을 갖고 판단한다면 정말 좋은 사람 선발하기가 힘들다. 마치 꼭꼭 숨어 찾기 힘든 사람을 찾는 술래잡기를 하는 기분이다"고 밝혔다.
다른 시 산하기관의 수장(首長)은 어떤가.
IT 업계에 대한 지원을 맡고 있는 디지털진흥원의 원장은 타 지역출신으로 중앙부처 관료출신이다.
그런데도 그는 업체에 대한 지원사업을 활성화시켰으며 최근엔 브라질 상파울루시와 MOU 를 이끌어내는 등 실력과 통솔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초 취임한 시체육회 이득수 사무국장은 용인토박이로 용인대 출신인 강점을 살려 가맹단체는 물론이고 각급 학교와 끈끈한 유대를 맺으며 체육회 살림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찾기의 관건은 무엇인가.
지역의 대표성이나 정서와 관련성이 깊은 기관은 될 수 있으면 지역출신 가운데 실력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찾으면 100점짜리 인선일 것이다.
그러나 대표성보다 역할이 더 중요한 자리는 그가 갖춘 실력이나 덕망에 더 많은 배점을 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현재 용인의 3개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2명은 용인이 아닌 타지역 출신인데도 지역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시 산하기관의 수장을 선임할 때마다 벌어지는 술래잡기.
적어도 용인에서만큼은 정치색이나 편가르기로 변질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