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내게로 왔다【19】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최성혜의 하프타임, 책이 내게로 왔다【19】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프랑켄슈타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괴기스럽게 툭 튀어난 이마와 꿰맨 자국이 있는 크고 넓적한 얼굴에 목을 꿰뚫고 있는 나사못이 바로 떠오른다. 그 이미지는 1931년 할리우드 흑백영화의 주인공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한 인물로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할로윈 캐릭터지만 사실, 19세기 영국의 여성작가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가 19살에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이 이름은 그를 창조한 박사고 괴물은 이름이 없다.
주인공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자연철학과 화학의 천재로 생명의 기원을 발견한 후 열정적으로 인간 창조에 매진한다. 좋은 재료를 선별해 만들었지만, 기술적인 난관이 있어 2.5미터의 거대한 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무생물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눈을 뜨고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흉측해서 프랑켄슈타인은 자기에게 손을 내미는 그를 뿌리치고 도망친다. 혼자 세상에 나간 괴물은 숨어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언어와 생활을 익히고 나자, 정을 나누며 함께 살고 싶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선한 본성은 보지도 않으면서 끔찍한 외모만으로 무작정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번번이 억울하게 맞고 욕먹고 배척당하자, 괴물은 인간 전체 특히 자신을 만들어놓고 버린 프랑켄슈타인을 증오한다. 복수하기 위해 박사가 사랑하는 동생들과 친구를 차례로 죽인 괴물이 끝내 박사의 결혼식 날 밤에 신부마저 살해하자 박사는 자기 손으로 괴물의 생명을 거두겠다며 괴물을 쫓아간다. 북극에서 극도로 쇠약해진 박사가 죽은 날 괴물은 박사에게 돌아와 작별을 고하고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버리기로 한다.
박사에게 고통을 주려고 복수하던 괴물은 타협점을 제안한다. 자신과 같은 종족의 여자를 만들어주면 반려자로 삼고 세상을 떠나 멀리 가서 숨어 살며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연민의 마음으로 여자를 만들던 박사는 갑자기 괴물에게 여자가 생겼을 때 일어날 끔찍한 결과를 상상한다. 괴물이 번식하여 공포로 가득 찰 세상을 후세에 남길 수 없다며 생명을 넣기 직전에 여자를 파괴하자 괴물은 분노로 이를 갈며 울부짖는다.
모든 인간이 제 가슴에 품을 반려자를 맞고, 모든 짐승이 제 짝을 찾는데, 나만 혼자여야 한단 말인가? 내게도 사랑의 감정이 있었는데, 돌아온 건 혐오와 경멸뿐이었다. (p.228)
이 책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고 있는 부분은 박사가 죽자 괴물이 찾아와 그를 내려다보며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p.303)
자신이 가진 내면의 훌륭한 자질로 사랑받기를 희망했고 우정을 갈망했지만 단지 외모로 판단하는 세상에서 거절당해 소외된 불행한 존재. 증오와 복수심으로 박사가 사랑했던 모든 걸 파괴했지만 그는 죄책감과 후회로 산 채로 썩어가는 듯이 괴로웠다. 참담한 고독과 죄에 빠져 벗어날 수 없었던 고통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그는 과연 괴물이었나? 선하고 친절한 영혼을 갖고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그를 몰이해와 편견으로 내친 우리가 바로 잔인한 괴물이 아니었는지.
하이파 알 만수르(Haifaa Al Mansour) 감독과 엘르 페닝(Elle Fanning) 주연의 2018년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도 추천한다. 작가의 일생과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이 잘 나와 있다.
최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