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2월에 제작된 한대수의 두 번째 앨범 <고무신>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하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유신치하에서 「나그네 길」의 가사를 문제 삼아, 전곡 금지곡 딱지와 함께 마스터 테이프와 함께 판매용 LP 모두가 수거되어 폐기되었다. 시대를 앞서간 아픔을 간직한 불후의 명반이며, 한 대수가 이 땅을 떠나 뉴욕에서 사진작가로 오랫동안 머물게 만든 앨범이다.

한대수, 고무신 LP ⓒ조대안 소장 
한대수, 고무신 LP ⓒ조대안 소장 

국내에 포크락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한 대수다. 1968년에 귀국한 한 대수는 무명가수로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히피 분위기 물씬 풍기면서 첫 무대를 가졌다. 서울대와 이화여대를 비롯한 대학가와 드라마센터, TBC와 KBS등 방송국에도 출연했는데, 김민기에겐 「바람과 나」를 양희은에겐 「행복의 나라」를 주면서 가수라기보다는 작곡가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74년 해군 복무를 마친 한대수는 국내에서 가수로 데뷔한 지 거의 6년 만에 1974년 파격적인 사진으로 장식된 데뷔앨범 <멀고 먼 길>을 발표했다. 그 후 뉴욕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400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코리아 헤럴드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2집 <고무신>을 발표했다.

사실 이 두 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 대부분은 한 대수가 미국에서 살던 10대후반에 이미 만들어놓은 곡들이라 한다. 노래 하나하나의 가사와 음률은 천재적인 독창성으로 빛나고 포효하듯 내지르는 독특한 그의 발성은 그를 한국가요계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재킷 표지 사진에 철조망에 걸린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심상치 않다. 신중현의 ‘엽전들’이라는 밴드 이름만큼이나 한국적이고 자조적인데, 당시 교도소에 수감된 정치범들의 고무신을 은유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대수, 고무신 LP ⓒ조대안 소장 
한대수, 고무신 LP ⓒ조대안 소장 

A면에는 「오면 오고」, 「오늘 오후」, 「그대는 내마음 아는가」, 「아들아 내 아들아」, 「나그네 길」 5곡이, B면에는 「고무신」, 「여치의 죽음(경음악)」, 「희망가」 3곡이 수록되어 있다. 하모니카, 기타, 톱은 한대수, 기타는 이정선, 퍼커션은 유복성, 첼로는 최동휘, 반주는 무지개 사운드가 담당했다.

「고무신」은 모든 억눌려있는 사람들의 해방가다. 사운드에는 온갖 소리가 뒤섞여 있고 가사는 의미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 베이스 들어오고 / 기타도 좀 울고 / 장구 때려”라고 사투리로 내지르는 대사로 시작하는 노래는 본격적으로 노래에 들어가서도 마치 랩을 하듯 자유분방하다.

앨범의 또 하나의 백미는 「여치의 죽음」이다.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할 묘한 독특한 조성과 튜닝에 유복성의 퍼커션과 한대수가 즐겨 연주하는 톱의 음률이 어우러지면서 ‘싸이키델릭’하면서 ‘아방가르드’한 소리의 향연이 전개된다.

나머지 여섯 곡은 차분한 통기타 포크다. 첼로를 중심으로 한 현악 편곡으로 우아하고, 이정선의 기타 연주도 섬세하다. 「오면 오고」와 「오늘 오후」는 발랄함, 「그대는 내 마음 아는가」와 「아들아 내 아들아」는 침울함, 「자유의 길」에서는 체념과 달관 등 꽤 다양한 정서가 표현되고 있다. 마지막 트랙으로 일제시대에 유행했던 「희망가」는 유일하게 자작곡이 아니지만 한대수 특유의 처절함과 비장함을 자아낸다.

한대수의 음악은 ‘기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그 점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이 신선한 이유이며 과거의 모든 음반들이 CD로 재발매된 아티스트라는 점이 그의 높은 예술성을 증명한다.

 

고무신 (1975)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베이스 들어오고 기타도 좀 울고 장구 때려

바람아 불어라 불고 불고 또 불어라
우리 아버지 명태잡이 내일이면 돌아온다
아이고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좋아
명태를 잡아오면 명태국도 많이 먹고
명태국이 나는 좋아 아이고 좋아 기분이 좋아
명태국을 먹고 나서 명태가 몇 마리 남는다면
나머지 명태를 팔아서 고무신을 사서 신고
저 언덕 위에 있는 우리 촌색시 만나러 간다
아이고 좋아 기분이 좋아

우리 촌색시하고 나하고 밝은 달밤에
손에 손잡고 아이구 좋아
좋아 우리 촌색시가 나는 좋아
그건 그렇다 하고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만수무강 하옵소서 만수무강이 좋아
시인 여인 미인 노인도 만수무강하고
그리고 또 나도 만수무강하고
바람아 불어라 불고 불고 또 불어라
우리 아버지 명태잡이 내일이면 돌아온다
아이고 좋아 좋아 기분이 좋아 좋아

 


 조대안 음반수집연구가
 조대안 음반수집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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