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원삼면의 시골 책방 '생각을 담는 집'에서 <플루마의 사계>라는 음악극을 올릴 예정이다. 책방 야외무대에서 아르케컬처의 연주와 연극단체 ‘아침’의 강효정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진다.
올해 초,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루와 드 스와르트의 비발디의 <사계> 음반이 나왔고, 이 음악으로 음악극을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1678년생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는 14개 행의 소네트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 소네트는 비발디가 직접 썼을 거라는 추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시냇물은 살랑대는 미풍에 졸졸 흐르고 있다’와 같은 문장들이 음악으로 탄생하였다. 인간의 눈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을 마치 풍경화처럼 글과 음악으로 담아낸 것이다. 기존의 소네트를 그대로 낭독하면서 연주할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결국 1700년대의 음악이 현대 음악극으로 재탄생하는 중이다.
일요일 오후, 강효정 대표님과 책방에서 만났다. 이번이 세 번째 회의인데 극을 써본 적이 없어서 확신이 없고 혹시라도 ‘이런 구성으로는 도저히 연기가 어렵겠어요!‘라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매번 가슴이 두근두근 떨린다. 함께 야외 공간을 둘러보면서 연주자들의 위치와 배우의 동선을 그려본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클래식 음악’에도 사실은 어느 정도 약속된 동선이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를 들릴 것인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달라진다. 흔히 조성 음악이라 불리는 음악은 청중으로 하여금 같이 손뼉을 치면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라든지, 오늘 하루는 혼자 있고 싶다든지 하는 마음 상태를 전달한다. 매일 반복되는 동선이라도 그날의 내 기분에 충실하 게끔 해주고 그 순간을 즐기는 행위 자체가 ‘음악’인 것이다. 음의 배열을 통해 마음이 움직이고 치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다. 푸르른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두르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효과음이 된다. 우리의 음악이 바람을 타고 넘실댈 것을 생각하니 피곤함이 싹 가신다.
비발디의 <사계>는 봄으로 출발해 겨울로 끝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순리이지만 시간성을 잃어버린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여름’ 3악장 도입부의 쏟아지는 폭우는 이상기후로 인한 우박으로 변질되었고, 초월적 존재인 조류 ‘플루마’와 만나는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중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은 억척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알려 나가고 있는 내 마음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름의 반전도 만들어봤는데 와주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과거의 음악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에 매일 아침 설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의 음악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보물 같은 공간도 발견한다. 한편으로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고 뉴스를 보고 또 한 번 사람을 만난다. 우리의 만남 속 음악들도 각각의 인생 속에서 멋지게 발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손다영 아르케컬처 대표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바이올린 전공 학사 졸업䟃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바이올린 전공 석사 수료
현재 아르케컬처 무지카 클래시카 음악회(2022~), 금요반달클래식클럽(2022~)
강연 및 기획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