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커피는 지배자의 역사에 의해 쓰였고 발전해 왔다. 기록의 대부분은 권력자, 지배자의 것이었고, 그들의 관점이었다. 우승한 커피, 농장(주)의 이야기는 있어도 어디에도 그 커피를 돌보고 수확해 하루 종일 결점두를 골라내고 1달러 정도를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커피는 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1킬로그램 봉투에 약 4천5백 개의 품질 좋은 생두가 채워지기 위해서 2만 개가 넘는 커피 열매가 필요하다. 수 십명의 노동이 모아져야 커피를 얻을 수 있다. 몇 명의 농장주, 로스터, 바리스타의 노력과 실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지배자의 것만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두의 무게를 재고 있는. ⓒ안광중
생두의 무게를 재고 있는. ⓒ안광중

공정함은 어떤 것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저울이나 잣대가 아닌 누구나 가져야 할 관심과 노력이다. 공정함이라는 저울과 잣대를 들고 길이와 무게를 재면서 끊임없이 의심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한쪽 편으로 기울지 않게 시소의 중심축에 세워야 한다.

공정무역의 시작은 단정지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북미의 메노나이트 교회가 1946년 푸에르토리코 노동자를 위해 자수품을 판매해 주고,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옥스팜이 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과 중국 난민들의 수공예품을 구매해 주었던 것을 계기로 1960년대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단체들이 조직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8년 막스 하베라르(네덜란드)사가 멕시코산 커피에 공정무역 제품을 식별하기 위해 인증마크 를 부착한 이후 공정무역 단체들이 인증마크를 만들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공정무역운동은 과거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던 이들의 반성이며 자본주의의 대안이었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가 1989년 창설되었고,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LO)는 1997년 출범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인도와 네팔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면서 공정무역 운동이 시작되었다.

커피열매가 원두로 되기까지 ⓒ안광중
커피열매가 원두로 되기까지 ⓒ안광중

결과의 판정보다 공평한 과정 살펴야

공정무역운동에서 공정함은 어느 단체와 기관의 기준에 의한 판정과 결정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단체나 기관의 인증마크가 공정무역 제품의 판별 기준이 되어서도, 판매 수단으로 공정무역이라는 단어가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공평하게 균형을 맞추어 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으로 발전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공정함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도, 부여받는 결정도 아니다. 공정함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영국에서는 2007년에 이미 국민 70%가 공정무역 마크를 이해하고 있는데 반해, 2008년 10월 한국 조사에서는 86.6%가 공정무역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닐슨과 옥스퍼드대학 조사). 이때 세계 공정무역 인지 지수는 49%였다.

2015년 리서치기업, 마이크로엠브레인이 국내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공정무역 관련 인식조사’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3.3%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이 중 공정무역의 뜻과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응답자는 26.1%에 머물렀다. 공정무역 내용이 좋아서 적극 동참하고 싶은데,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답은 70%였다.

공정무역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홍보나 판매처 확대를 넘어 공정무역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공정무역 인증제품 구매가 소비자의 우월적 만 족에 소구하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과의 판정보다는 공평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쉼 없는 노력의 과정을 살피는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Coffee Casting Director 안광중.​​​​​​​
Coffee Casting Director 안광중.​​​​​​​

㈜샤인위드컴페니언 이사 (공정무역커피)
작은농부커피 카페 운영 (용인 신봉동 소재) 

2010 성균관대학원 석사 (EMBA) 
경기도/용인시 공정무역위원회 위원
커피비평가협회 이사
아시아스페셜티커피감정사 인스트럭터
국제바리스타자격과정 인스트럭터
마스터오브카페 대회 심사위원
IWCA 회원, KFTO 회원, WYBC, 후원이사 등
저서-커피캐스팅(2022),월간 커피,월간 커피앤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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