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歡待) 사회
심상법 교수
얼마 전 지인 중 한 분인 경희대 건축학과 이은석 교수의 ‘환대’ 건축에 관한 책 출간 모임에 다녀왔다. 이 교수는 환대라는 주제로 여러 형태의 건축물을 지어왔다. 환대(hospitality)는 건축적으로만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환대는 사회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주제이다. 환대 없는 사회, 환대 없는 종교는 속 빈 강정 같은 사회며 종교이고 영혼 없는 사회며 종교다. 아무리 좋은 구호가 외쳐지고 플랭 카드가 많이 달려있어도 서로(특히 약자들)를 환대하지 못하는 냉대와 적대 사회라면 그 사회는 혼란과 무질서의 고담(Gotham) 시티와 같다.
‘타자 윤리학’을 제시한 레비나스(E. Levinas)는 “타자를 내 삶의 공간에 맞아드리는 것”을 환대라고 했다. 그는 성숙한 윤리적 사회를 타자의 필요와 고통을 마주하여, 그들을 맞이하는 환대의 책임을 지닌 사회로 제시하며 환대는 나와 타자, 유와 무, 안과 밖, 유한과 무한의 만남을 환대라고 보았다. 집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Homeless’라고 부른다. 이들 노숙자는 사회의 홀대와 박대와 천대와 냉대의 산물이고 더 나아가 적대의 대상이다. 이들에겐 따뜻한 물리적 공간과 마음의 공간을 내주는 것이 환대다. 여기서 집(House/Home)과 사회(society)란 환대 공간(그릇)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환대(hospitality)가 특정 부류(끼리끼리)의 환대 이념과 가치만을 담은 것이거나 또 다른 냉대(inhospitality)와 적대(hostility)의 모습이라면, 그런 공간은 일종의 열린 사회성(환대)을 상실한 ‘스카이 캐슬’이거나, ‘고담 시티’에 불과하다. 주거 속에 공간이 있어도 가족 사이 -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자식들 간 - 소통을 상실한 폐쇄적 공간이거나 가족들이 집을 떠나 방황하는 텅 빈 불통의 공간이라면 참된 상호 환대의 주거 공간은 아니다. 상호 환대의 주거 공간과 함께 상업 공간이나 호텔, 병원, 학교도 환대(歡待)는 단지 마케팅을 넘어서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 화두임이 분명하다. 공간에 이야기(story)가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이야기는 ‘환대 이야기’이어야 한다. 약자인 노인과 장애인, 외국인 객(客)을 환대하지 못하는 사회는 ‘고담(갓뎀[God-dem]?) 사회’이다. 기독교 종교 공간 역시도 환대 정신이 없는 공간 배려와 배치는 기독교 공간이 아니다. 예배 공간도 우리가 하나님을 찾는 장소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우리를 ‘환대하는[만나는]’ 장소며 친교 장소나 입구 또한 환대 정신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교회 입구에 선한 목자 모습의 이미지(글자/회화/조각)도 일종의 그런 상징이다.
환대 사상은 기독교 얼굴이고 몸통이고 정신이다. 어느 분은 “환대는 나와 너[우리]를 잇고, 땅과 하늘을 잇는 참사랑과 거룩한 진리에 이르는 통로”라고 하였다. 환대 없는 기독교는 영혼 없는 음식과 같다. 창조부터 종말까지 기독교는 환대 내용으로 가득하다. 창조도 인간에 대한 하나님 환대의 시작이며, 율법의 정신 또한 이웃에 대한 환대(이웃사랑)가 중심이고, 예수님은 죄인들을 환대하기 위해 오셨다,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누가복음 10장 30-37절)와 탕자 비유(누가복음 15장 11-32절)는 하나님의 환대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며, 요한복음의 수가성 여인 기사(요한복음 4장 1-42절)도 복음 전파(선교)의 환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초대 교회는 환대가 하나님 사랑의 모습일 뿐 아니라 참 신앙, 참 종교, 참 기독교라고 말한다(약 1:27). 예수님의 종말론 강론(마 25:31-46)도 환대의 삶을 하나님이 찾으시는 참 신앙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환대가 충만한 가정, 사회, 종교(교회)를 꿈꾼다. 힘 있고,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만이 샬롬/평화(Shalom)를 외치는 사회가 아니라, 약자들(고아와 과부와 나그네)까지도 샬롬을 외치는 사회, “그런 나라 꿈꾸게 하소서”
예수 탄생을 기리는 대강절이다. 하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영원하고 풍성한 삶을 주시기 위해(요한복음 10장 10절), 그 아들 예수를 이 땅에 보내셔서 자신의 생명으로 우리를 환대하셨다. 이러한 하나님의 환대하심이 그늘지고 어두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환대로 이어지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전쟁 가운데 있는 상호 적대의 팔레스타인의 땅에도 이 같은 환대가 새순처럼 돋아나기를 진정으로 소원한다. “Peace on earth.”
- 고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 총신대 총장 대행역임
- 양지면 평창리 '예움도서관' 운영
- 양지면 학촌로 78 '순례자의 집' 설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