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 서래사 주지 /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 서래사 주지 / 용인대 객원교수

내 인생은 걸을수록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이어,
서걱서걱 입안 한가득 모래를 씹으면서 오아시스를 갈망했어.
그날의 명사산 바람소리 어슴푸레 들려오더니
초승달 호수 월아천이 눈앞에 보이었더라
혜초와 처음 만난 그 둔황길의 주막에서 서책 한 권을 주기에 가슴에 소중히 품었지.
모고석굴에는 내 손톱으로 그려놓은 벽화가 아직도 선연한데,
산기슭 벼랑끝 모퉁이에서 
내 시원하게 한 바탕 오줌을 갈기었더니 세상이 다 잠기었더라.
간 밤의 꿈속에서 였네.
목이 말라 타고 온 낙타 물주머니를 베어 마시고
석굴에서 떠오른 초승달을 보고 걸어온 동방을 바라보다
꺼이꺼이 구슬프게 울었네라.
서역길의 구법승이 내 전생이였던거네.
낙타를 잡을 때 내가 드디어 말했지.
"너 고비 사막의 낙타여!?
내 마지막을 향해 타클라마칸 광활한 붉은사막 이리로 와 이제 내 죽을 곳에 다 이르렀으니,
다음생엔 내가 널 태우고 사막을 헤맬게.
그때 낙타가 말했다.
"몹시 고프고 갈증이 난거니??
어서 나를 베어 너라도 조금 더 살다가 오렴, 그러나 난 누구의 낙타는 아니었어 넌 누구의 바람이었던 거니?”
난 천년 전 서역길 둔황에서 말없이 혜초와 그렇게 눈인사로 헤어졌어.
애달픈 새벽이었지.
서역길의 구법승이 내 전생이어서 이 생에서도 늘 떠돌고만 싶었던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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