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과 엽전들은 1집 미인으로 공전을 히트를 치고 달콤한 천상의 맛을 보았지만, 금지곡으로 묶이는 바람에 암울한 절벽으로 곤두박질 친다. 방송과 판매금지의 난관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모색한 것은 건전 가요풍의 노래를 만들어 2집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앨범 커버 사진은 고궁에서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긴장한 듯 부동자세로 서있는 멤버들을 대형카메라가 찍고있는 모습으로 했다.
박정희 찬가 만들기를 거부하고 보란 듯이 「아름다운 강산」을 발표한 그 결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나 싶지만 유신체제에 순응한 듯 보이는 신중현은 표면일 뿐이다. 바로 앨범 뒷면의 사진이 그 증거다. 앞면의 사진을 조롱하듯 뒷면에는 멤버들이 히피스타일의 옷차림을 하고 맨발로 바닥에 앉아있는 사진을 넣었다.
모든 수록곡은 당시 발매되는 모든 음반에 한곡씩 강제로 넣어야 했던 건전가요가 무색할 정도로 진짜 모범적인 건전가요의 행렬이다. 건전을 연출하는 풍자와 역설이 애처로울 정도다. 하지만 신중현은 끝내 참지 못하고 1972년 더 멘 시절 발표했던 「아름다운 강산」의 리메이크 버전을 이 앨범에 넣고 만다. 러닝타임 8분의 대곡은 하드록 분위기로 시작하여 중반부터는 신중현의 가성과 이남이와 권용남의 코러스가 몽환적인 연주와 하모니를 이루어 원곡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아무리 건전가요풍의 외피를 입었어도 신중현이란 이름 석 자가 박힌 이 앨범은 발매된 후 금지의 철퇴를 피하지 못해 대중에 거의 가닿지도 못했다.
산아 강아 - 신중현 작사 작곡
산아 산아 저 산아
강아 강아 저 강아
산아 산아 저 산아
강아 강아 저 강아
나와 나와 같이 살자
나와 같이 살자
새야 새야 노래하자
나비 나비 춤을추자
살기 좋은 이 곳에
나와 같이 살자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구나
그 얼마나 좋은가
나는 좋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