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마법
“오늘 별 일 없었어?”
이 말을 하며 나는 너의 세계로 들어간다
“유기견 분양 받는 거 괜찮겠어?”
우리는 뭔가 아직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우리가 원하는 거잖아”
“근데 아이 하나 키우는 만큼 힘들다는데”
그저 평화로운 관성의 생활에 질문은 균열을 일으킨다. 상대에게 침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후 1개월 좀 넘은 아주 작은 강아지로 시작해 보자”
“귀엽겠다 그치?”
“근데 자기 직장생활도 힘들어 하잖아 괜찮겠어?”
대화 속에 책임이 은연중 끼어든다. 책임은 우리 관계를 무겁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강아지에 책임지면서 나아가는 아주 단단한 인간으로 만든다.
“강아지 어릴 때 어떤 훈련을 시킬까?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소변 대변 가리는 것부터 해야지. 흥분하지 마! 천천히 하나하나씩 해 나가자 ㅎ”
“강아지에게도 물어보자 어떤 집이 좋겠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로 개집 사 와서 너 여기 들어가 살아 이러지 말자”
강아지가 우리 서로를 통하게 했다.
우리를 다른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도약이 된다.
질문을 하고 의견을 낸다는 것은 강아지를 손에 넣는 일.
그건 바로 책임을 지는 일.
강아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니까.
이런 대화를 통해서 강아지는 나를 아주 생생하게 살아가게 한다. 몰입을 가져 온다.
몰입은 인간을 쾌활하게 만든다.
당신과 나의 대화는 가난한 일상을 위로하는 소통이다.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훈훈한 냄새가 나지 따뜻해지네 자기도 그래?”
“응, 나도 그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2008년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2009년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수상2014년 천강문학상 수상
2013년, 2018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현) 용인일보 편집위원
시집 『간잽이』 『자주 먼 것이 내게 올 때가 있다』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드디어 혼자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