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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떠나 프리선언.."봉사와 나눔에 많이 참여하고파"
 "KBS는 제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이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과 받은 가르침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정든 둥지를 떠나는 것은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하면서 더 큰 사랑을 실천하고 싶어서입니다."
KBS 간판 아나운서인 김경란(35)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그는 지난 29일 '생생정보통'에서 하차했으며 다음달 '스펀지'와 '사랑의 리퀘스트'의 마지막 방송을 한 후 KBS를 떠난다.
 
그가 KBS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29일 알려지면서 인터넷에는 온갖 루머가 돌았다. 그중에는 그가 이제 방송을 완전히 떠나 해외봉사활동에 투신한다는 설도 있었다.
두 가지는 사실이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방송인으로서 활동할 것이며, 자신의 삶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김경란 아나운서를 30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쏟아지는 관심에 전날 잠을 거의 못 잤다는 그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실 줄 몰랐다"면서 "저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제 입으로 한 번쯤 생각을 밝히는 것이 KBS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의 프리 선언은 그 직전에 후배인 전현무 아나운서가 KBS에 사의를 표명한 것과 묶여서 꽤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둘 다 KBS 간판 아나운서라 이들의 선택과 행보는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김경란 아나운서는 "전현무 씨가 사표를 낼 것이라는 것은 나 역시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그 사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며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떠나게 됐지만 내가 고민한 것은 2년 전부터다"고 밝혔다.
 
그가 KBS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서다. 직장에 매인 몸으로는 아무래도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심의 출발선에는 2010년 2월 '사랑의 리퀘스트' 팀과 함께 대지진에 신음하던 아이티를 방문한 시간이 놓여 있다.
 
현지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이 그를 움직였다.
 
"그 고통의 땅에서 아이들은 웃고 있었어요. 천진난만하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바라보았어요. '이 아이들이 고통을 이기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값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처럼 가슴 설레는 일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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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돌아온 후 그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가 됐고 경기도 광주의 한사랑영아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휴가를 내 캄보디아와 스리랑카에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고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도 가졌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나갔다. 자신의 시간들을 좀 더 알차게 쪼개서 많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진 것이다.
 
"아이티에 다녀온 후 '네가 만약 일주일 후에 죽으면 지금까지의 삶이 보람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니?'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어요. 그랬더니 이대로는 억울해서 도저히 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럼 앞으로 10년을 더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똑같이 살래?'라고 또다시 자문했어요.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그러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어요. 옆도 보면서 내 주변 사람들도 돌아보면서 좀 더 가치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2년이 걸렸다. 2001년 3월 KBS 공채 27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9시뉴스' '뉴스광장' '뉴스라인' 등 간판 뉴스를 진행하고 '스펀지'와 '사랑의 리퀘스트'를 오랜 기간 맡으며 사랑받은 그가 KBS를 떠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 그동안 KBS라는 안정되고 튼튼한 울타리 속에서 많은 복을 누리며 살아왔어요. 그 시간들이 너무나 감사하죠. 남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도 '사랑의 리퀘스트'를 6년간 진행한 덕분이에요. 하지만 남은 인생,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면서 살 수 있다면 죽더라도 보람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심했어요."
 
그는 그러나 봉사와 나눔에 자신이 투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가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런 고귀한 삶을 사시는 분들은 따로 계신 것 같아요. 전 다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한국어로 진행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알리고 우리 이웃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따뜻한 마음들을 일깨워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는 우선 9월에는 제주도 우도 등지를 찾아 재능기부 등 국내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며 9월 말이나 10월 초께 2주 정도 일정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남수단 사무소를 찾을 계획이다.
 
"어려운 아이들이 있는 곳에 학교를 지어주고 우물을 파주는 일에 함께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 호소와 행동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제가 계속 방송일을 열심히, 잘해야겠죠."
 
"봉사라는 단어 자체를 쓰는 게 너무 쑥스럽다"는 그는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는 해본 사람은 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너무 행복했지만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남들과 다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KBS를 나가는 것"이라며 "KBS에 누가 되지 않게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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