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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대선 D-3일인 16일 저녁 마지막으로 열린 TV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만 참석한 가운데 100분간 진행됐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양자토론이다.
한차례의 질문ㆍ답변만 주어졌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저출산ㆍ고령화, 교육제도, 범죄예방 및 사회안전 대책, 과학기술 방안 등이 다뤄진 이날 토론에서는 주제별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따라서 지난 두 차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 후보 간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이 불꽃을 튀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복지ㆍ교육 문제 등을 놓고 서로의 정책공약에 대한 선명성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상대 후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 열띤 `공약 경쟁' = 두 후보는 발언 시간을 표시하는 모니터가 놓인 사각형 테이블에 사회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토론 초반은 "상대를 향해 덕담을 부탁한다"는 사회자의 요구에 "박 후보가 평소에 잘 아는 주제이므로 잘하실 것"(문 후보), "문 후보도 잘하실 것"(박 후보)이라는 인사가 이어지는 등 부드럽게 출발했다.
하지만 토론 첫 주제인 저출산ㆍ고령화 대책부터 두 후보는 정면 충돌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 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박 후보도 공동발의에 참여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폐지법안을 제출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법이 꼭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 등 복지 재원 조달방안을 물으며 역공에 나섰다. 박 후보는 "재정 형편이 가능하면 누가 반대하겠느냐. 지금 당장 편하자고 후대에 빚을 넘기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아동수당' 공약의 경우 무상보육을 완성한 뒤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설명하면서 "저의 모든 정책공약을 최종 정리해 내놓았다. 그 공약집에 근거해 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반박했다.
복지 재원 조달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자 문 후보는 "박 후보는 4대 중증질환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재정소요를 연간 1조5천억원으로 제시하는데,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3조6천억원"이라며 맞받았다.
박 후보는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비급여에 대해 더 지원하면 그렇게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 게 아니다"며 "거기서 계산을 잘못 하신 것 같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교육제도에 대한 논의로 주제가 옮겨지자 두 후보 간 설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선행학습에 대한 문제, 문 후보와 전교조의 연관성, 반값 등록금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두 후보는 얼굴을 붉히는 논쟁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문 후보는 전교조와 긴밀한 유대를 이어갈 것이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가 "전교조와의 관계가 특별한 문제가 되느냐. 박 후보의 질문은 전교조가 불순한 세력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 같은데 교육을 이념적으로 편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으면서 설전은 절정에 달했다.
반값등록금 문제를 놓고도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대학등록금이 폭등했다는 점을 공격하는데 역점을 기울였고, 문 후보는 새누리당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반값 등록금을) 진작 했어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노무현정부가 등록금 인상 억제 차원에서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문 후보의 언급이 있자 박 후보는 "갑자기 왜 사학법 개정 얘기가 나오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가 "박 후보가 영남대 이사 중 4명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이자 박 후보는 "개인적으로 추천한 게 아니다. 추천 안하겠다고 했는데도 학교발전을 위해서 해달라고 해서 대한변협이나 의사협회에 좋은 분 추천해달라고 해서 추천했고, 영남대에 일체 관여 안했다"고 부인했다.
◇ `국정원 여직원 댓글 알바의혹' 정면충돌 = 두 후보는 열띤 토론 중간에 "잠깐만요", "그게 아니다"며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토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사회자는 토론 중간 "두 후보 물 한잔씩 드시고 하시라"며 `냉각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범죄예방과 관련한 자유토론이 시작되면서 박 후보가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알바 의혹'을 토론 쟁점으로 꺼내들자 두 후보 간 `난타전'은 다시 불붙었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씀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 증거도 없다고 나왔지만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서..."라며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답변에 나선 문 후보는 "정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문을 연 뒤 "그 사건은 지금 수사중인 사건이다. 박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 인권유린했다'고 하는데 왜 변호를 하느냐"고 정면 대응했다.
문 후보는 "사건 수사결과를 지켜봐야지 `감금이다, 아무 증거없다'고 하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가 이 사건의 수사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두 후보는 "사건을 덮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 "왜 두둔을 하느냐"(문 후보), "너무 엉뚱한 말씀을 한다", "하나도 증거를 못내놓고 있지 않느냐"(박 후보) 등 거친 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논쟁의 불씨는 민주당이 여의도 한 건물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해왔다고 새누리당이 제기한 의혹, 새누리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불법 선거사무실 의혹 등 불법 SNS 활동 문제로 옮겨 붙었다.
박 후보가 "민주당의 경우 선거사무실로 등록도 되지 않은 곳에서 7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활동했다"고 재반격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문 후보는 "지금 말한 `등록을 안한 사무실'은 민주당 중앙당사"라며 "그 안에 선대위가 입주해 있다. 확인해보기 바란다"고 `사실관계 정정'을 요구한 뒤 "새누리당 불법 선거사무실은 박 후보측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이 비용을 댄 것 아니냐. 왜 인정 안하느냐"고 역공을 펼쳤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그 부분은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당에서도 적극 수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해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두 후보는 정책비전에 있어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었다. 따라서 두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신의 정책비전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나아가 두 후보 모두 여유를 찾은 듯, 문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서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했고 그런 기조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는데 이명박정부에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때 박 후보는 뭘 하셨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또한 박 후보가 과학기술인에 대한 중용 의지를 밝히자, 문 후보는 "과학기술인을 정치적으로 우대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