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지금은 칼로 살 베기이다. 싸워도 지독하게 싸운다. 끝장을 보려는 듯 아프게 싸운다. 마치 조폭들이 벌이는 싸움처럼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부부싸움 중 홧김에 집에 불을 지르고, 자기 피붙이를 폭행하여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삶에 지쳐 분노 조절 장치가 녹슬고 고장 난 게 틀림없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올바른 아이로 키워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생활은 팍팍함 그 자체로 변하고 결혼생활의 단꿈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결혼을 남자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보는 시대’(박혜란)에 사는 현실에서 결혼은 아름다운 구속이 아닌 또 다른 속박이고 죽음이다.

젊을 때는 그래도 애정의 달콤함으로 살지만 달달한 사랑이 사라져 늙어지면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산다. 서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 긍휼의 마음이 그러하다. 측은지심의 사랑인 것이다. 자식을 보면서 남편과 아내를 보면서도 서로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가족 간에 촉촉함과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삭막한 경쟁 사회에 살면서 서로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알게 될 때 비로소 측은지심의 사랑이 생긴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너도 아프다라는 생각이 들 때 서로 공감하며 보듬어주게 된다. 작년에 목련을 옮겨 심는 바람에 올해는 꽃을 보지 못했다. 목련도 겨울에 꽃망울을 내어야 봄에 꽃이 핀다. 차가운 겨울 같은 현실에서 나만 아프다가 아니라, ‘너도 아프구나라는 공감이 측은지심의 꽃망울이 사랑의 꽃을 피워낸다. ‘나만 아프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미움과 원망만 쌓이게 되고, ‘네가 아프구나라는 마음을 갖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다. 거친 광야 같은 세상에서 내가 너를 가진다.’는 이기적 소유 개념이 아닌 네가 나를 가진다.’라는 이타적 섬김 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 중심의 이기심에서 너 중심의 이타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자발적이며, 헌신적인 아름다운 구속인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라는 말이 너에게 가면 가 된다.”고 했다

성경이 말하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도 은혜와 자비 그리고 긍휼이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셨다. 예수님도 긍휼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먹이고 치유하시고 섬기셨으며, 최후의 순간에 세상 모든 죄를 지고 가셨다. 세상은 이러한 큰 사랑을 받았기에 받은 만큼의 사랑을 베풀며 사는 것이다. 이 사랑이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소나기가 되길 기원한다.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나태주, <봄의 사람>

 너는 나의 봄, 나의 여름, 나의 가을, 그리고 나의 겨울이다. 네가 있어 내 인생의 사계절이 외롭지 않았고, 풍성했고, 행복했었다. 힘들어하는 너를 생각하며 원망 대신에 감사로, 미움 대신 사랑으로. 여름을 만나는 우리 모두가 이렇게 고백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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