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길에서
장욱진, 길에서

지점

정 진 혁

머물러야 할 곳이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부터 멀고
어디서부터 가까운지
알 수가 없다

끝을 보기 위해
땅끝까지 간 적이 있다
끝에서 돌아 설 때 막막함이 왔다
가야할 지점이 어딘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느 꽃가지에 가야
그 어느 지점에 가야
당신과 내가 만날 수 있을까

한강의 시작은 태백 검룡소라는데
어디서부터 나는 나고 너는 너인가

이제 너와 나는 끝이야
그 끝이 어딘지 당신은 아는가

어느 한 점에 오래 머물렀지만
그 곳이 이별이 시작된 지점인지 몰랐다

벚꽃을 보려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천국이라는데

어디서부터 왼쪽인지 어디서부터 오른쪽인지
아직 몰라서 천국을 가지 못한다

여름의 끝과 막다른 길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너의 지점으로 가기 위한
나는 나의 지점을 모른다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도를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여기는 어디인가? 비 내리는 아침을 걸어 본다.

여전히 나는 나의 지점을 알지 못한다.

 


정진혁 작가(1961. 01. 13)
정진혁 작가(1961. 01. 13)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2008년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2009년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수상2014년 천강문학상 수상

2013년, 2018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시집 - 『간잽이』 『자주 먼 것이 내게 올 때가 있다』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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