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할머니"

용인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모래실에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이 있다. 

모래실이라는 지명이 참 친근하다. 책방이 있을거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장소에 키 큰 참나무와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그곳에 새장처럼 생각을 담는 집이 웅크리고 있다.

용인 원삼 사암리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 외관 
용인 원삼 사암리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 외관 

김창완 선생이 라디오에서 임후남 작가의 <시골책방입니다>라는 책 소개를 듣고 무작정 달려갔다.

내 고향마을에 책방이 생겼다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름 평생 책과 활자중독자로 초간본 책을 수집하며 살아온 나로서, 가보지 않으면 죄가 될 것 같았다.

용인 원삼 사암리 시골책방 내부 ⓒ조대안

책방을 방문한 것은 책을 사기위함이 아니라, 어느 정신나간 미친사람이 책방을 열었나 궁금해서이다.
'제 정신이 아니고서  숲속 참나무 밑에 책방을 열리가 없을텐데' 하는 호기심의 발로였다.

첫인상은 차분하고 쉽게 말문을 건네기가 어색하리만큼 냉철해 보였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외모에 왠지 전직이 기자출신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대형서점에서 눈에 띄지 않던 각자의 책 제목과 장정을 폼내며 싱글벙글 웃고 있다. 창 밖으로는 나이 많은 늙은소나무가 붉은등을 자랑하며 병풍처럼 서있는데 책방을 지켜주는 수호신같이 늠름하다. 한마디로 어느 유명화가의 소나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용인 원삼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 임후남 작가 ⓒ조대안
용인 원삼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 임후남 작가 ⓒ조대안

약간 예리해 보이면서 빈틈이 없어 보이는 책방 주인 임후남 작가는 초면에 아는체하며 너불너불 말을거는 낯선 나에게, 최대한의 거리간격을 유지한 체 군더더기 없는 답변을 해온다.

책방은 왜 하게 되었으며, 왜 하필이면 이 산속에 책방을 열었는지, 손님은 좀 있는지 동네 유지분들 면장, 조합장, 우체국장은 다녀갔는지,
호구조사를 마치고 나니 이 작은 공간 "생각을 담는 집" 책방이 출판사, 커피숍, 음악공연장, 동네사랑방을 겸하는 작은 문화센터이고 쉼터임을 알 수 있었다.

수필쓰기 강의
시 쓰기 강의
독서모임
작은음악회
책방 축제
책방 스테이
문화 강의 등

문화운동가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작은거인
원더우먼 임후남 작가.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이 책방이 3~4년은 버틸까' 하는 불길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5주년 기념하여 음악회도 하고, 플리마켓도 열고, 동네 들판걷기도 하고, 수익금을 다문화 가정에 기부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그래서 오래오래 문 열고 있으라고 응원하며 가끔은 친구와 방문해 이유없이 책을 사라고 강매도 하고, 혹은 내가 호기로 같은 책을 10여권씩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한 적도 있다.

모든 것이 기우였다. 시골책방은 내가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보다 씩씩하게 문화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독서클럽 회원들이 모여 피아노 독주회도 하고 작은 음악회도 열었으며, 유명한 연탄 작가 안도현 시인을 초대해 시인과의 대화를 가졌다고 한다.

참 가슴이 뭉클하다. 남을 위해 자신을 태운 연탄만큼이나 이 작은 시골에 책방을 열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전국의 유명 시인을 초청해 모셔놓고 오지 않는 무지한 청강생 설득하고 동네주민 모아서 음악회 열며 자신을 태워가는 열정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잠시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소나무숲에 스치는 바람을 붙들어 글을 쓰고, 시간이 모인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림을 그리듯 표현해 내며 여러 권의 산문집을 발표했다.

ㆍ시골책방입니다
ㆍ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ㆍ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ㆍ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전국에서 임후남 작가의 글귀 한 구절에 위로 받고 치유 받은 독자들이 성지처럼 찾아 오고, 한번 왔던 사람들은 또 그곳을 고향처럼 그리워하기에 시골책방이  더욱 빛나고있는 것 같았다.

부디 "생각을 담는 집" 시골책방 만수무강 하소서

책방이 대단한 장소는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내가 한 시절을 보낸 음악다방과 카페와 서점같은 곳들이 내가 살아갈 힘을 줬던 것처럼.
그러나 세월과 함께 나는 그곳을 잊거나 잃었다. 나도 변했고 그곳들도 대개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짜피 모든 것은 사라지겠지만, 까짓것 10년은 책방을 하며 살아야겠다. 책방에 왔던 이들이 잊지 않고 찾아왔는데 없어졌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中 -

 


 조대안
 조대안

단국대 경영학 석사
필리핀국제문화대학명예철학박사
한국고승유묵연구소장
중광미술연구소장
용인한국근대문학관 건립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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