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자랑이자 걸출한 예술가, 이 작가와의 인연

이경재 조각가
조각가 이경재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향린동산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겨울 채비를 하기 위해 입고 있던 색동저고리를 훌훌 벗어젖히는 어느 날 이경재 조각가의 집을 방문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한국에 돌아와 동백동 향린동산에 지인의 배려로 보증금 100만 원에 월10만 원짜리 방을 얻어 한국에서 새 삶을 막 시작할 때였다.

약간의 곱슬머리에 청바지 차림의 예술가는 패기만만했다. 필자는 이 작가와 참 오래된 친구가 되었다.

필자와 학연은 없었으나 고향과 나이가 같고, 미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늘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편하게 한세상을 지금도 동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편안하고 향기로운 음악이 흐른다. 꽃을 든 신혼부부, 첼로를 키는 소녀, 드럼을 치는 소년, 3·4중주 오케스트라는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률이 흐르는 작품들이 신기하다.

조각가 이경재 作
조각가 이경재 作

이경재 조각가는 "조각의 기본이 눈은 작게 시작해 크게 만들고, 코와 귀는 크게 시작해 작게 만들어 간다. 돌조각이란 차가운 무생물의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게 아무리 설명해도 조각제작 과정에는 난 깜깜하기만 하다.

베이토벤을 닮은 외모와 다르게 목소리는 조용조용 나긋나긋하다. 커다란 100킬로그램 이상되는 투박한 돌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젊은날 한때 의기투합해 영통에 시카고 갤러리도 운영했었고, 인연 닿는 조형물도 연결하며 우정을 쌓았다.

이제 용인이 낳은 한국의 대표조각가로 우뚝 선 이경재 작가는 용인의 자랑이자 걸출한 예술가다.

필자는 용인의 문화와 역사 예술 향토사적을 홍보하는 계간지 "용인산하"를 창간하며 창간호 표지모델로 이경재 작가를 서슴없이 선정했다. 먼훗날 그의 예술혼이 용인을 대표하고 상징이 되고 그의 작품은 따듯한 향기로 피어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필자가 짝사랑을 해준 대가로 내게 조각미술관을 용인에 설립해보라고 재촉하며 응원도 보내고 미술상을 제정해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라고 독촉하기도해 내 가슴속에 식어가는 삶의 열정을 되살리기도 한다. 그래서 감사하고 스승 같은 친구다.

응원에 용기를 내어 내가슴속에는 용인조각미술관이 구체화되어가고 있고, 성공과 실패는 이 작가의 몫이라고 슬쩍 책임을 전가해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용인 한구석 작은 터에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에게 부탁해 멋진 용인조각미술관 건물이 탄생한다면, 이는 이경재 조각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우디처럼 거창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수준 높은 조그만 미술관 하나가 그 도시를 바꿀 수는 있다.  그 역할을 용인이 낳은 예술가, 이경재 작가에게 기대해 본다.

나의 예술에 대한 무지함이 이 작가 덕분에 조금은 유식하게 분칠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남아 있는 꿈은 작은 "용인조각미술관" 하나를 짓고, 이경재 작가와 노닥거리며 핸드드립 커피 한잔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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