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시립미술관 건립되면 110여점 작품 전부 기증할 터!

용인일보 이기준 대표가 만난 사람 VS 화백 이필언

송현(松賢) 이필언(李必彦) 화백의 돌담에 새겨진 우리의 얼

 이필언 화백 , 죽전 모카페에서 / 용인일보 
 이필언 화백 , 죽전 모카페에서 / 용인일보 

송현 이필언 화백은 국내 화단을 대표하는 구상 작가이자, 집념의 예술가다. 그는 우리 고유의 건축양식인 ‘담’에 천착해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적 정서가 깃든 화면에 감각적 채색과 신선한 구도를 구현하는 이 화백은 전통의 문화와 현대적 기법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화백은 “기법과 양식을 초월한 자유로운 세계를 추구한다. 담을 화두로 시대 변화에 걸맞게 동서양이 어우러지는 융합적 예술을 펼쳐왔다”라면서 자신의 예술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지난날 치열했던 창작의 열정 대신 이제는 밀레의 만종처럼 차분히 자신의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워낙 유명하시지만, 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소개한다면?

A.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파리에서 승부를 걸어

고향은 경남 언양 태생이며 1941년생이다.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림에 투신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부모님께 야단을 맞으면서도 숨어서 그렸다. 현대미술의 본 고장 파리로 가서 오로지 그림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약 60년간 회화와 조각을 병행했으며, 부조적인 회화 작품을 추구해왔다. 예술에 대한 철학은 동양의 인본주의, 인간주의 실현에 맞닿아 있으며 예술을 통해 인간이 완성되는 미래지향적인 예술관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Q. 경력과 지난 발자취를 듣고 싶습니다?

A. ‘가장 우리것이 세계적이다’

항상 이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작업에 임했다. 우리 고유의 담을 화폭에 담아 국내 및 유럽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철학으로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1967년 국전 입선(연속 11회), 1976년 목우회 공모전 최고상, 1979년 신라미술대전 국무총리상, 1980년 국전 대상 수상 등의 경력이 증명하듯,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명성을 얻었다. 특히 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1977~78년 프랑스 ‘르 살롱’공모전에서 은상 및 금상 수상, 유럽문화예술제 은상(스페인), 상제르망 데 프레 전 금상(벨기에), 휴메니테르 드 프랑스 그랑프리(프랑스) 수상 등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쌓으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1980년에 열린 프랑스 파리 뱅따도르 미술관 특별초대전에서 2mx8m에 달하는 대작<농악>을 포함한 한국의 담을 주제로 한 전시작에 대해 한국작가로서는 드물게 르 피가로(Le Figaro) 매거진에서 호평을 받았다. 당시 나는 파리에 체류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국전 대상 작가로 선정돼 이는 대한민국 국전에서는 유일한 경우였다고 전해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거 해외 무대에서 받은 다수의 수상작이 모두 한국적인 미(美)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로 인해 서양의 것을 흉내만 내서는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줬다. 하지만 일부 젊은 화가들은 아직도 서구 사상에 매몰돼 우리 것을 경시하고, 상업화에 치우쳐 작업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것이 나의 소신이다.

이후 부산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약 4년간 출강하다가 작품에 매진하기 위해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2001년 뉴욕 현대미술초대전, 2002년 시카고 아트페어, 2003년 살롱도똔느 100주년 기념 초대전(프랑스) 출품을 비롯해 국내외 개인 및 초대 회화, 조각전 13회 및 그룹전 300여 회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조형 작품으로는 ‘농악’(벽화, 698x181cm, 롯데월드), ‘전두환 대통령 초상화’ 제작(청와대 영구보존), ‘평화’ (청동 조각, 200x180x250cm,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백인백상’(정동 조각, 120x120x300cn, 한국일보 신관), ‘담과 농악’(벽화, 600x170cm, 검찰청사), ‘가족상’(청동 조각, 250x150x250cm, 해운대 롯데아파트) 외 다수의 작품이 국내 유수의 기관과 기업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 초상화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어 “역사는 끊임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그 위에 한 점 획을 긋는다, 누군가 해야 하고 이것 역시 역사의 영속성이다”라고 말했다.

 작품 '담' /용인일보 
 작품 '담' /용인일보 

Q. ‘담’에 대한 생각과 왜 담을 고집하는지?

A. 세월의 흔적 그대로를 간직한 것이 ‘담’이다.

내가 한평생 고집스럽게 지켜온 주제는 향토적인 ‘담’이다. 초가집이나 기와집 등은 세월의 풍파 속에 낡고 허물어지는 반면,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는 돌담의 매력에 심취했다. “돌담은 예스러운 운치와 친숙한 남만, 목가적 풍광을 자아냅니다. 투박한 형상은 선조들의 기질과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굴곡진 세월 속에서 춤과 노래로 삶의 시름을 잊고자 했던 정겨운 모습들을 대변합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역사서입니다.”

나의 그림에는 돌담에 깃든 고향의 향을 캔버스에 새겨넣는다. 시대의 광풍을 초월해 기억 속에서 퇴색해버린 전통을 나만의 방식으로 추억하고 되살린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며,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쌓는 담장, 빛바랜 담벼락에 낀 이끼와 돌담을 휘감고 있는 넝쿨, 민들레가 피어나는 모습 등 돌담의 소박한 풍경에 화가의 손길이 닿으면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시간이 흐르고 도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그 시절 아련한 추억들이 남아있는 담의 형상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폭에 담긴다. 이러한 담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평안함을 주고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고 본다.

경복궁· 덕수궁· 사찰 등 전국 유적지를 찾아 담을 연구해왔고, 단순한 경계를 넘어 사색과 풍류의 멋을 지닌 담을 창조했다. 그의 화폭 속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그림자와 어우러지며 형이상학적 존재로 변모, 구상과 반추상의 벽을 허문다. 전통을 재현하는 표현기법은 무병장수, 부귀영화, 자손의 번창과 화목 등의 현실적인 소망을 호소력 있게 시각화한다. 섬세한 화면 속 곡선들은 관람자가 안정감과 밝은 에너지를 경험케 한다. 곡선은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문명의 기원처럼 오랜 세월 갈고 다듬어진 형태다. 나만의 독창적인 표면처리는 투박한 듯 섬세하고, 거친 듯 부드러우며 강렬하고 감각적인 색채는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Q. 회화에 전력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A.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동양인에 대한 모멸감 그리고 고국에 대한 향수병 같은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2000년 초기 갑자기 위암이 찾아왔다. 그러나 병마는 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면서 작품의 깊이를 다져나갔고, 이후로 조각이 융합된 부조적 회화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Q. 현재 용인시는 ‘르네상스 용인’을 슬로건으로 문예부흥을 부르짖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 시립미술관 설립되면 110여 점 전부 기증할 터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돌아왔다가 위암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지금은 용인에 자리 잡은 지 8년 되었다. 지금 이상일 시장이 ‘르네상스 용인’을 부르짖고 있는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돼지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도 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삶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이 윤택하고 사람과 사람 간의 인간미가 흐를 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용인에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이 건립되어야 하고 또 이를 잘 활용하여 용인이 문화의 도시로 이름을 높여야 한다. 인구만 많다고 큰 도시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나의 작품들이 모두 귀하고 나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들이 용인에 시립미술관이 설립되고 만약 나의 이름이 들어간 전시관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110여 점의 작품을 전부 용인시에 기증하려고 한다. 이것에 대해 나의 집사람과 자식들도 모두 동의하였다.

* 이 화백이 추구하는 작업이 창의적이며 참신한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하며,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용광로로 영원하길 바란다. 담의 무한함이 계속되는 한,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도 영원할 것이다.

송현 이필언 수상 경력

1941 언양 출생

1976 목우회 공모전 최우수상

1977 르 사롱(프랑스) 은상 ‘늦가을’

1978 르 사롱(프랑스) 금상 ‘가을 그림자’

1979 신라 미술 대상전 국무총리상 ‘불심’

1980 국전 수상 ‘얼’

1981 뺑따도르 미술관(프랑스) 초대전 ‘농악’

1981 국전 특선 ‘넋’

1981 유럽문화예술제(스페인) 은상

1981 상제르망 데 프레 전(벨기에) 금상

1981 휴메니테르 드 프랑스(프랑스) 그랑프리 수상

1981-85 동아대학교 출강

1997 한국일보 개인 초대 회화 조각전

1998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2001 뉴욕 현대미술 초대전

2002 시카고 아트페어 참가

2003 살롱 도똔느 100주년 기념 초대전(프랑스)

2006 살롱 블랑 미술협회(도쿄) 초대작가

2006 살롱 블랑 미술협회(도쿄) 최우수상 수상

2020 미술세계상 본상 수상

2022 인사아트프라자 초대

국전 9회 입선, 국내외 개인 및 초대 회화, 조각 전 13회 외 그룹전 300여회

주요 조형 작품

‘얼’ 과천국립현대 미술관 외 21점

현재 ; 한국미술협회 고문, 르 살롱 초대 작가, 일산 미술협회 고문 등

* 인터뷰 내용은 직접 대화와 전문가 평론을 참작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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