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줄 모르는 만년 천진동자 오심시님
오늘 아침은 또 어찌 여여如如하신 게요?
필생畢生에 오다가다 여러번을 마주치고 먹고 마시고 씹고 뜯고 맛보며 희희낙락喜喜樂樂 한 인연이 지중했음에도 이제야 맘을 다시 다잡아 고쳐먹고 몇자를 적습니다. 진중히 헤아려 주시길...
어쩌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생이란 없을듯합니다. 골골80평생 살아온 노망이든 노인도 어서 죽어야지 하면서도 죽기를 갈망하는 듯 말하지만 결국 이는 기망欺罔에 불과한 말일 뿐. 겨우겨우 간신난고艱辛難苦 생을 지탱해온 늙은 노파라해도 하루만이라도 더 꺼져만 가는 가물거리는 생에 집착을하고 미련두기 마련이지요. 그러고보면 영웅호걸의 삶이건, 일자무식 변방오지의 촌부의 그렇고 그런 생이건, 삶이란 모두에게 지중하기에 어느 누구와의 삶을 비교불급比較不及으로 논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듯. 고귀한 생명이란 빈천을 비교한다 하여서 순위를 둔다하면 이건만은 도리는 아닐손가 싶어지네요.
드넓은세상을 통일하고 천하를 유유자적하며 주유周遊하다 자객의 철퇴에 객사한 진시황의 50평생보다 우리가 훨 많이 살았네요. 미천한 출신으로 태어나 변소청소나 하다가 타고난 성실성으로 오다노부나가에게 중용되어 일본전국을 제패했던 도요토미히데요시도 61세되던해에 병사했고 현대 한국사회에서 군사정변을 일으켜 18년간 장기독재하며 절대 권력에 있다가 친위대장격인 중정의 김재규한테 총 맞아 죽은 박정희도 62세 되던해 추풍낙엽秋風落葉이되었지요. 삶과 죽음에서 초연한 승가僧伽에서 우리들의 스승자리에 모셨으며 두번의 조계종총무원장에 연임하여 절대적지위를 향유했던이로 기억되는 해봉당海峰堂도 세수69세에 스스로 세연世緣을 다했지요.
어찌보면 이쯤에서 금강경金剛經의 한구절이 가슴에 깊이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一切有爲法이 如夢幻泡影이며
如露亦如電이니 應作如是觀하라.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이 꿈이며 환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이며 이슬과도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이와같이 볼지어다라고.
내 가슴속에 깊이 각인된 금강경의 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주문처럼 이를 가끔은 외워보기도 해봅니다.
초등학교 시절 부터 잔병치레 하며 엑스레이에 나오는 하얀 뼈사진이 두려워 찍기를 거부했던 병약했던 소년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을 달고살면서 반백을 넘겨 저절로 늙어서는 이제는 어느덧 늙은아이가 거의 되었네요. 어찌하다 보니 슬플때나 기쁠때 고독이 물밀듯이 다가서는 시간에 말이 좀 통하는 미인이야 옆자리에 없지만서도 훌훌털고 내일 당장 간단히 짐을 싸고 공항으로 달려가 정처없는 여행길을 떠나도 좋을만큼 홀가분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구차한 생계에는 얽매이지 아니한 귀족같은 행복을 누리고 있는 넉넉한 시간부자라고나 해야할까.
늘 유년기에는 먹성은 좋아서 파리약으로 만들어 논 벤데기를 주워 먹었고 손가락 한마디를 자르는 대형사고도 치며 세상고민 다하던 젊은 날의 치기도 이젠 많이 아물었지만, 밤잠을 못이루는 불면의 밤은 꽤 여러날이었고 자다가 깨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나날은 아직 수시로 있다하지만 초등 일학년을 두번다닌 둔재에 가까운 이내 몸은 육체가 허약했던 지, 호적이 14개월 쯤 늦게 실리어 동급생들에게 가끔 어린 놈이라고 놀림감아닌 놀림감이기도 했지만서도 이제 살 만큼은 다 살았다고 자부하기엔 영 내세울것도 없는 처지이다 보니 누구보다 이생에 대하여 미련이야 왜 없겠는가만서도 자포자기한 누구보다 조금은 질기고 질긴건 매정하게 부정할수가 없는 기정사실이 아닐 수 없음이외다.
어제 이른 새벽 난데없이 지상의 어느 귀한 자손이 변사체로 발견 되었거나, 혹은 해우소를 다녀오다가 심정지로 한많은 세상하직했거나, 머나먼 황천길 가는길엔 정말 정해진 순서가 없는 법이라는 절대적 진리앞에 깊이 통감을 하는 바 외다. 동서고금 크고작게 명망을 얻은 묵객시인들처럼 이세상에 온것을 소풍인양 가볍게 받아들여 한 세상을 놀만큼 잘 놀다가 인연이 다하여 그야말로 죽음을 뭔 휴식처럼 받아들이는 통크고 열린 생각을 지닌다는것은 다년간의 수행과 사색을 통한 깨우침일테지만, 부지불식간 갑자기 다가오는 저승사자의 그림자는 두려움의 근원이 아닐수 없는 것. 이제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의 끝 막둥이 들이 386이라 불리더니 어느새 30년도 훌쩍지나 갔다하더니 세월앞에 장사가없어, 이를 막아서지 못하고 60줄을 넘어섰거나 눈앞에 둔 초로의 나이라니, 요양원에 누워계신 70, 80대 큰형님들이 어두운 귀로 들으시면 "싸가지 없는 것들이 누구앞에서 피래미 뭣 자랑하듯 나이자랑질이냐" 라며 거센 핀잔을 주겠지만서도, 팔다리가 이제는 예전같지 않고 다리에 힘도 작년같지가 않아 그토록 좋아하는 빵과 우유를 먹으면 소화력이 정말 예전같지가 않아요.
출세하여 보겠다며 야망을 품고 홍진의 번뇌를 지녀보기에는 더는 늦은듯 하여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젠 건강이나 잘챙기다 잠자듯이 아픈데없이 미련도없이 세상버리는 일이 수지맞는 장땡이 아닐런가요.
불안불안하며 겨우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마지막 자유를 갈망하며 최선을 다해서 죽는 그 순간까지 더 잘 살아 보자며 자기위안을 하고는 밤늦은 시간이었지만서도 어젯밤 일순 공원에서 만보를 넘게걷고 온 내가 참 이 아침에 는 대견해지기까지.
어릴적 먹었던 원기소의 힘이 아직 미량 남아있나, 염치불구 아직 지나는 미인을 게걸스레 바라보는 내 붉은 정염情炎의 마음도 이제 다 사그라들지 않았으며 허무하게 낭비한 청춘의 죄업을 인천앞바다에 던지고 싶은 아침나절인게루, 아~또 주문을 외우면 말이시 알라딘의 램프를 만지작, 또 만지작 거리면 그 뭐냐 하얀 연기속에서 어여쁜 시종이 짜잔~하고 나타나 "주인님 무얼 도와드릴까요?" 하며 애교스런 분부를 기다려 준다면 오죽이나, 이 또한 즐겁지 아니 할 순간이며, 더 없이 행복할텐데 말이요. " "아이야~모닝커피나 한잔만 말아다오." 계란과 야채가 흠뻑들어간 샌드위치도 땡기는 그런 죽은자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는 산자의 아침은 마냥 무료하기도 하더라고 군말을하련다오.
어느덧 이쯤의 시간이면 죽은 이들은 황천강을 건너려는 마지막 여정으로 배를타며 서쪽의 일만억 국토에 있다는 서방정토西方淨土를 향해가는 거침없이 크루즈여행가듯 한줄로 쭉 줄서 계단을 올라 화장터로 향하려는 발인의 시간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머리맡에 쌓아둔 먼지 앉은 책들이 오늘아침엔 새삼 투정을 다 부린다요. 언제쯤에나 살뜰이 보듬어 줄꺼냐 하며. 이런 캄캄한 내의식의 눈을 촛불처럼 밝게 켜주며 흔들어 깨워주는 소중한 내 보물들.
한데 자꾸 눈앞에서 모기인가 날것들이 어느사이 내 눈앞에서 마음껏 나는걸 보니 비문증飛蚊症이 더해 온건가, "야들아 올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계절까지만 더 좀 참아주련,"
잠이란 죽음과 꿈의 중음中陰을 단계를 거쳐서 의식의 부분으로 돌아오는 환생 연습을 날마다하는 이 아침나절의 한 생각, 지금 이생은 캄캄한 시간의 진창에서 피는 연꽃처럼 필락말락 고개를 삐죽 내밀려는 그 파초의 꿈이라할런가 하는 그 망상은 빈번하게 도지고 있음네다. 연꽃 다 지고나면 에덴의 천국은 온데간데가 없을것이고 극락정토 같은 말이사 모두 어느 사이비 교주의 넋두리가 아닐까하는 합리적의심만 출렁출렁 일렁인다요. 우얀둥 개똥밭을 구르며 살아 숨쉬고있는 세상이라도 이 아니 좋을씨구, 더욱이 고관대작은 아닐지라도 외상으로라도 잡을 소牛가 있으면 좋구나 좋아하며 살아보자는 말씸에 이의를 달지를 마소. 화탕火湯지옥 검수劍樹지옥에서 태워지고 찔리고 있는 것보다야 훨 낫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기라. 인심좋은 염라대왕께 골골 구십장년 벽에 뭣 칠하며 구질구질 하게라도 비굴하게 연명치료까지하며 더 좀 부탁하고 싶지는 않소만, 시님 생각은 어떠하시우? 생각만 자욱한게라.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망망대해 망상의 바다의 지평선은 도대체 그 어드메쯤인지? 광대무변廣大無邊하여 더는 보이지도 않는다요.
항상 면벽面壁만 바라보덜말고 마음에 소리에도 귀기울여 보나요? 건강하시고 늘 깨어서 환해지소서.
참 내 법호法號를 바꿀까 하는데, 탄탕呑湯이 어떠하요? 한탄恨嘆보다는 그기 대세고 우세인듯하고 또 한탕이나 크게 벌려보자는 숨겨진 뜻도 함축含蓄한 듯 하여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