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띠 풀로 엮은 자리를 깔고 앉은 백발의 노인이 미끼도 없는 낚시를 물 위의 허공에 드리운 채 위수(渭水) 강가에 앉아 있다. 바늘조차 휘어있지 않은 곧은 것이었다. 그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10년을 매일같이 계속한 일이다. 부인은 일도 하지 않고 고기를 잡는다며 매일 강에 나가는 남편이 한심하고 부끄러워 스스로 집을 나갔다.

그가 중국 주나라 통일의 기초를 세운 문왕의 핵심 참모(정치와 군사를 총괄하는 國想)로서 지식과 지혜가 남달랐던 여상(呂尙), 흔히 강태공(姜太公)으로 불리우는 현신(賢臣)이다.

어느 날 문왕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 사관에게서 점괘를 들었다.

“위수가에 나가면 풍성한 수확을 얻게 될 것인데 이는 용도, 이무기도, 호랑이도, 곰도 아닌 어진 현인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이는 하늘이 내려준 훌륭한 스승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왕은 스승을 모셔가기 위해 사흘을 목욕 재개하고 수레와 말을 준비하여 신하가 정해준 날에 위수로 향했다. 태공망을 본 순간 문왕은 그가 점괘에서 점지해 준 현인임을 직감하였다.

문왕이 정중히 물었다.

“낚시를 즐기시는가 봅니다.”

태공망이 그때 낚시의 세지 묘책을 군주와 비교하여 설명한다. 군주의 묘책으로는 후한 녹봉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모책, 많은 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는 모책, 벼슬을 주어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하는 모책을 들었다.

낚시의 세 가지 묘책은 “낚싯줄이 가늘고 미끼가 뚜렷하면 작은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약간 굵고 미끼가 향기로우면 중치의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굵고 미끼가 크면 큰 물고기가 물게 마련이다. 물고기는 미끼를 물어 낚싯줄에 낚이고, 인재는 봉록을 받아먹고 군주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끼를 드리우면 물고기를 낚아서 쓸 수 있고, 봉록을 내걸면 훌륭한 인재를 얻어서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태공망은 천하의 마음을 모으는 계책으로 천하의 이익을 백성과 더불어 나누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군주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된다며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살려주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풀어주고, 우환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위급한 지경에 빠진 자를 건져주는 자에게 천하가 돌아간다고 하였다. 또 백성들과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함께하며,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미워한다면 천하 사람들이 나간다고 하였다.

한편, 태공망의 저서라고 알려진 《육도(六韜)》는 6편의 도(韜)에 모두 6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 란 칼집을 의미한다. `문도'에서는 작전에 앞서 어떻게 하면 국력을 튼튼히 하면서 전쟁준비를 잘 하느냐 하는 문제를, ’무도'에서는 적과 싸우는 책략을 다루고 있다. 또 `호도'에서는 넓고 트인 지역에서 작전할 때 주의해야 할 문제에 대해, `용도'에서는 군사상의 지휘와 부서에 대해 논하고 있다. `표도'에서는 적이 좁고 막힌 곳에 있을 때 작전상 주의해야 할 문제에 대해, `견도' 에서는 보병·차병·기병을 어떻게 배합해 작전의 효율성을 발휘하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육도는 전쟁에 대한 가르침 보다는 정치 지도자의 처세와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교본이라야 옳은 해석이다.

어느 날 태공망에게 무왕(문왕의 아들로 주나라를 통일시킴)이 군사를 다루는 법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수된 자로서 겨울에 따뜻한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고, 여름에 깃털 부채를 부치지 않으며, 비가 내려도 덮어쓰지 않는 장수를 예장(禮將)이라 하는데, 장수 자신이 예를 지키지 않으면 병사의 춥고 더운 고충을 모르게 됩니다. 좁은 요새나 진흙길을 진군할 때 반드시 먼저 탈 것에서 내려 걸어가는 장군을 이름하여 역장(力將)이라 하는데, 장수 자신이 힘든 일을 해보지 않으면 병사들의 노고를 모르게 됩니다. 병사의 자리가 정해진 뒤 장수가 숙사로 들어가고, 병사의 식사가 다 준비된 후에 장수가 식사를 한다면 이러한 장수를 지욕장(止欲將)이라 하는데, 장수가 몸소 욕망을 억제하지 아니하면 병사들이 배가 고픈지 부른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장수가 병사와 더불어 춥고 더운 것, 힘들고 괴로운 것, 배고프고 배부른 것을 함께할 때 병사는 전진하라는 북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퇴각의 징소리가 나면 분개하며, 높은 성곽을 공격할 때 화살과 돌이 빗발쳐도 앞다퉈 성벽을 기어오르고, 칼날이 번득이는 가운데서도 먼저 나가기를 다투는 것입니다. 이는 병사들이 죽는 것을 좋아하고 부상당하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장수가 평소 병사들의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배부름을 잘 살피고 노고를 함께했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 용전분투함으로써 주장의 은혜에 보답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를 한 그였기에 이런 충언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인물을 보는 군주도 대단하지만, 그런 지혜를 감추고 강가에서 빈 낚시를 하며 현군을 기다리는 태공망이 새삼 존경스러울 뿐이다.

30대의 문왕이 태공망을 만날 때 그의 나이는 72세였다. 중국의 역사를 바꿀만 하였던 항우의 책사 범증도 항우보다 40살이나 위였다. 문왕과 태공망의 이야기는 기원전 1천 년의 이야기지만 현실처럼 들린다. 지혜는 부단한 공부와 경륜에서 나온다. 지금 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 이가 있다면 그 나이를 걱정하지 말고 達則兼先天下 窮則獨善其身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늘 명심해야 할 일이다.

 


최계철 
최계철 

1990년 동양문학 신인상 등단

현 공무원문인협회인천지회장, 인천문협회원

현 용인일보 문화에디터

시집 도두를 꿈꾸는 하루 외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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