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문명

 

 

 

요즘 서양의 상류사회에서는 고급 식당이나 가정에서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인 미국의 앨빈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 3의 물결’에서 21세기 세계무대의 중심은 젓가락 문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젓가락은 주로 동아시아 즉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 많이 사용한다.

식사는 우리 인간이 생존하기 위하여 가장 필수적이고도 빈번하게 해야 하는 활동인데, 식사를 할 때 포크를 이용하면 관절을 20개쯤 사용하게 되고, 나무젓가락을 이용하면 30개, 그리고 쇠젓가락을 이용하면 40개의 관절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손끝의 움직임 훈련은 인간의 두뇌를 명석하게 만들고 기술의 발전에 매우 효율적이다. 오늘날 우리 인류문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IT,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다.

동아시아 3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일본, 한국의 젓가락은 비슷하면서도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젓가락은 매우 길고 끝이 뭉툭하며 대나무와 같은 가벼운 나무로 만든다. 그들의 식사문화는 원형식탁 회전판에 여럿이 둘러앉아서 먹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들을 집어 앞에 놓인 접시에 놓기 위해서는 긴 젓가락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기름진 음식물을 집기에 금속재질은 미끄러워서 나무재질을 쓴다.

일본의 젓가락도 나무로 만드는데 끝이 가늘고 뾰죽하다. 섬나라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어서 해산물을 많이 먹다보니 가시가 많은 생선을 발라 먹기에 좋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한국처럼 다 같이 나누어 먹는 식사문화가 아니고 각자 앞에 따로 놓여지는 1인식탁이기 때문에 젓가락의 길이는 길 필요가 없으므로 짧다.

중국의 젓가락 길이는 30~33cm인데 반해 일본의 젓가락은 18~22cm이고, 우리 한국의 젓가락은 그 중간치인 24~27cm이다.

우리나라의 식사문화는 중국의 대가족 원형식탁 문화와 다르고 일본의 단독식탁 문화도 아니기 때문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중간 크기의 쇠젓가락을 주로 쓴다. 쇠젓가락을 쓰는 이유는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할 정도로 국을 중요시하는 식단에서 나무젓가락은 국물에 젖게 되어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다.

밥, 국, 반찬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인의 식탁에는 고기, 채소, 해산물과 각종 곡물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올라온다. 골고루 모든 음식을 먹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한국의 쇠젓가락은 생선가시를 바르기에도 불편하지 않도록 적당히 얇은 끝을 가지고 있어서 김치를 찢기에도 편리하다. 뉴질랜드인인 내 친구는 우리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다가 집사람과 딸아이가 켜켜이 쌓인 깻잎과 김을 젓가락으로 하나씩 뜯어서 먹는 것을 보고 이게 바로 예술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가느다란 쇠로 만들어진 젓가락을 어려서부터 줄곧 써온 우리의 손재주와 머리는 감히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얘기다. 한 학생이 시선은 나를 보고 있는데 책상 밑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기에 가보았더니 책상 밑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손가락 끝만의 미세한 감각을 가지고 눈으로 보지 않고도 긴 문장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다. 참 놀라운 재능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우리의 나라가, 사회가 그들을 믿고 적극 지원해준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문화수준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양문명은 동양에 비해 뒤쳐졌었으며, 세계문명의 중심은 동양이었다. 그렇던 서양이 동양에서 발명된 화약을 수입해서 사람을 죽이는 총과 대포를 만들어 이걸 가지고 수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고 온갖 자원과 보물들을 도적질해서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동양이 다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우리 대한민국이 있다.

 

 

이홍영 

 

이 홍 영 (李 洪 永)

1948. 3. 2 출생

1963. 3 - 1966. 2 대전고등학교

1978. 3 - 1980. 8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지리교육학 (석사)

1986. 3 - 1988. 2 고려대학교 대학원 지리학전공 (박사과정)

1979. 3 - 1999. 7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1988. 3 - 1994. 2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강사

2006. 3 - 2011. 9 충청교육신문사 사장

2004. 1 - 2020. 현 경기도 용인시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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