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관한 이야기

 

친구들과 서해바다로 낚시여행을 다녀왔다. 낚싯배 주인은 아침에 우리를 서산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에 데려다 주고는 저녁때에 데리러 왔다. 그 섬은 아주 작아서 어지간한 지도에는 나타나지도 않는 무인도인데 토끼와 염소들의 천국 같았다. 선장 얘기에 의하면 몇 년 전에 어느 개인이 이 섬을 사서 토끼와 염소 몇 마리씩을 풀어놓았는데 그들이 자연번식을 해서 지금은 몇백 아니 몇천 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나도 돈이 좀 있다면 이런 섬 하나를 사서 토끼와 물새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다가 모든 땅덩어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육지는 모두 섬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대륙보다 작고 바다로 둘러싸인 땅덩어리를 그냥 섬이라고 하자. 아차, 바다가 아니라 호수나 강으로 둘러싸인 땅덩어리도 섬이니 물로 둘러싸인 육지가 섬이다. 그런데 왜 오스트레일리아는 대륙이고 그린란드나 뉴기니는 섬일까? 거기에 일정한 기준은 없다. 단지 그렇게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보다 작은 것은 섬으로 하기로 말이다.

그런데 바다에 가보면 밀물 때는 바닷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썰물 때에만 물 밖으로 나오는 바위들이 있는데 이들도 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밀물에도 잠기지 않아야 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km 지점에 이어도가 있다. 원래 이어도는 섬이 아니고 그 가장 윗부분이 평균해수면의 4.6m 아래에 있는 면적 약 2㎢의 큰 암초이다. 그래서 항해술이 발달하기 전 많은 어선이 이 암초에 걸려 좌초되고 어부들이 목숨을 잃는 등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하였다. 그러다 2003년 우리 정부가 이 암초 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여 실제로 섬이 되었다. 참고로 중국은 이어도가 자기네 대륙붕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딴지를 걸고 있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은 캐나다 옆에 있는 그린란드이다. 우리 남북한을 합한 한반도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큰 섬으로 지도상에서 보면 오스트레일리아보다 크게 보인다. 그러나 공 모양으로 생긴 지구의 육지를 평면에 그리다 보니 왜곡이 되어 그린란드가 그렇게 커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3배 이상 크다. 그린란드는 북극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얼음이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은 전체면적의 5%에 불과하다. 그린란드라는 이름은 실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데 초창기에 이 섬을 발견했던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인들이 많은 이주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선전용으로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후에 덴마크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지금은 자치권을 가진 덴마크의 보호령으로 6만 명 정도의 인구가 남부의 해안가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덴마크는 유럽의 작은 나라로 본토의 50배에 달하는 큰 섬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린란드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은 오스트레일리아 위에 적도와의 사이에 있는 뉴기니이다. 섬의 동쪽은 파푸아뉴기니라는 독립국이고, 서쪽은 인도네시아의 한 주이다. 세 번째로 큰 섬은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이고, 그 다음은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섬이다.

기존의 많은 책이나 자료에는 세계에서 가장 섬이 많은 나라가 1만8천 개의 섬을 가진 인도네시아이고, 필리핀, 일본에 이어서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많은 섬을 가진 나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북유럽의 스웨덴은 22만 개를 넘는 섬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나라가 북극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많은 섬들이 주변의 바닷물과 함께 얼어붙어 있어서 섬으로 보이지도 않고, 섬의 기능도 하지 않기 때문에 섬 같지가 않다. 핀란드, 캐나다, 노르웨이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그리스 등도 우리나라보다 섬이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의 섬은 대략 3천5백 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3,348개로 되어 있다. 그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470개이고,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가 전체의 85%에 달하는 2,878개이다. 470개의 유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총수는 84만4천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6%가 도서인구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중에는 주민등록상 인구가 단 1명인 곳도 있고, 25명 미만이어서 곧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섬이 113개에 이르는 등 유인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전체 도서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통여건 등 섬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섬 중 가장 큰 섬은 제주도이고, 그 뒤를 이어서 둘째 거제도, 셋째 진도, 넷째가 강화도이며, 다섯째는 남해도이다. 그리고 안면도, 영종도, 완도, 울릉도, 돌산도가 우리나라의 10대 섬에 들어간다.

 

이 홍 영 (1948. 3. 2) 
이 홍 영 (1948. 3. 2) 

1963. 3 - 1966. 2    대전고등학교
1978. 3 - 1980. 8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지리교육학 (석사)
1986. 3 - 1988. 2    고려대학교 대학원 지리학전공 (박사과정)
1979. 3 - 1999. 7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1988. 3 - 1994. 2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강사
2006. 3 - 2011. 9    충청교육신문사 사장
2004. 1 - 2020. 현   경기도 용인시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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