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혜의 하프타임, 책이 내게로 왔다【26】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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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2014년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 미국 도서관 사서 추천 1위등 큰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으로 포위된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네의 작은 서점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잘 만들어진 따뜻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책은 메사추세스주 하이애니스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 가야하는 작은 앨리스섬을 배경으로 지어낸 가슴 뭉클한 스토리에 작가의 광범위한 문학작품 논평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버무려져있어 흥미를 더한다.

 

저자 개브리얼 제빈 Gabrielle Zevin ⓒ BookPage
저자 개브리얼 제빈 Gabrielle Zevin ⓒ BookPage

앨리스섬에는 딱 하나의 책방인 아일랜드 서점이 있다. 순수문학 책만을 고집하는 까칠한 주인 에이제이가 임신 중이던 아내를 사고로 잃고 삶의 의욕도 없이 절망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 그의 유일한 값나가는 재산인 애드거 알란 포 희귀본을 도난당하고, 이어 서점에 버려진 25개월 아기 마야를 입양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의 폭이 넓어진 에이제이는 다양한 책을 공급하고, 그의 서점을 통해 마을사람들은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서로 끈끈하고 든든한 관계망을 맺게 된다.

 

책을 매개로 잔잔한 사랑이 시작되는 에이제이와 어밀리아, 책을 사랑하며 작가로 발돋움하는 마야, 그리고 주위 인물들의 핑퐁처럼 톡톡 튀는 생기발랄한 대사로 감칠맛 나는 책이다. 희귀본 도난사건에, 젊은 여인의 자살에, 버려진 두 살짜리 아기, 자동차 사고 사망사건까지 비극적인 사건들이 서로 얽히고설키지만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그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졌다 풀어지면서 비밀이 드러나고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고등학생 마야의 글이 카운티 소설 공모전에서 상을 받자 에이제이가 마야를 축하하며 안아주는 대신 악수를 청하는 부분이다.

 

마치 서점을 방문한 작가를 맞이하는 듯한 태도였다. 한 문장이 마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악수했을 때, 나는 내가 작가가 되었음을 알았다.’(p.242) 

 

딸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아버지의 마음이 백 마디 말보다 더 잘 드러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좋은 글의 표본이다. 자라나는 딸에게 적절한 때마다 책을 권하는 아빠의 폭넓고 다양한 서평을 엿보는 재미는 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p.301)

코로나-19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울고 웃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요즘, 이 책은 우리에게 그 소중한 기억을 불러 일으켜 우리 모두 홀로된 섬이 되지 않게 해준다.

 

 

 


최성혜 작가
최성혜 작가

1982. 2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도서관학 학사

1982. 2 한국도서관협회 정사서

1981. 12 대한조선공사

2000-2015년 수능 영어 강사

2018. 11 용인시 문화관광해설사 영어담당 근무

2021년 용인일보 '책이 내게로 왔다' 오피니언 시리즈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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