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강남구청 맞은편 뒷길 건물 5층에 있는 청작화랑 손성례 관장님과 만남이 있었다. 화랑을 인사동이 아니라 강남에 개관한 것도 파격이고 1층이 아닌 5층에 연 것도 기존상식의 파격이었다. 

청작화랑 손성례 관장
청작화랑 손성례 관장

청각장애인 아들을 위해 한국미술계의 거목 운보 김기창 선생님을 후원하는 청음예술단 지원을 위해 자선전시회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첫 만남이 있은후 35년이 지난 지금도 왕래를 하고 있으니, 참 오래된 인연이다. 

손 관장님과의 인연이 미술공부의 입문이었으며 그림수집의 시작이 되었고, 그림수집이 근대문학초간본 수집으로 전환되었다. 너무나 힘든 수집이라는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삶이었지만, 세상의 호기심을 해소하는 충분한 보상이 있는 시간이었다. 손 관장님과의 인연이 되면서 개인사립미술관 건립이라는 거창한 인생의 목표도 세우고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 모든 인연에 감사한다. 

지금은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맞은편에서 청작화랑을 운영하시며 전시회 때마다 팜플렛과 도록을 보내주신다.  
필자는 팜플렛과 도록만으로도 미술시장의 흐름과 작가들의 그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공부할 수 있었다. 

손성례 관장님 아들 신재환 작품.
손성례 관장님 아들 신재환 작품.

조각을 공부한 청각장애인 아들은 관장님의 헌신을 잊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조각가가 되었다. 그리고 장애를 뛰어넘어 석사 박사를 마치고 강단에 서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으니 현대판 맹모삼천보다도 더 감동적인 인생 승리의 스토리이다. 

손 관장님의 스토리는 KBS아침마당 뿐만 아니라 유명잡지 등을 통해 온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청작화랑의 명예는 대한민국 최고 화가들의 전시로 이어져 미술에 깜깜하던 필자가 예술에 눈을 뜨는 행운을 얻었다. 

서울대 김병종 교수의 생명의 노래 전시, 이화여대 오용길 선생님의 화창한 봄날, 제주도의 이왈종 선생님의 제주생활의 중도 고래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블루칩 작가이며 제1회 청작미술상의 전준협선생님, 대한민국 조각계의  대부  전뢰진 조각가 교수님, 강창희 조각가교수님, 화려한 색채로 애호가를 사로잡은 여류화가 황주리 선생님, 강원도가 낳은  한지 화가 함섭 선생님, 보리밭의 작가 이숙자 선생님,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흥수 화백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약 100여 분의 선생님을 직접 친견하고 그분들의 작품을 맘껏 눈요기한 행운이, 모두 청작화랑 손성례 관장님 덕분이었다.  

2006년 가을이었다. 이왈종 선생님의 전시회가 청작화랑에서 열렸다. 
다른 작가들은  대학교수를 못해  시간강사로 보따리 장사하며 전국대학을 헤맬 때 이왈종 선생님은 추계예술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스스로를 유배시킬요량으로 제주도로 작업실을 옮기고 낙향했다. 
제주에서의 삶은 그림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미술 애호가들은 열광했다. 
필자도 마음이 요동쳐 100호 그림을 관장님과 상의해 4000만 원에 분할 구매했다. 
계약금 500만원을 주고  2007년 4월까지 500만, 500만, 1500만 원을 지급했었는데 사건이 터졌다. 그 유명한 2007년 그림투자 광풍이 일어난 것이다.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4000만 원에 구입한 그림이 약 2억 원까지 오른 것이다. 
결국 손 관장님의 중재로 8호짜리 그림을 받고, 그림 구입을 포기했다. 

이때 좋은 인연으로 손 관장님과 마무리를 지어 지금까지 선연을 이어오고 이왈종 선생님께는 그때 그 그림의 구입자가 필자라는 것을 숨기였기에, 훗날 정방폭포위 작업실을 찾아 대광어에 큰 대접만한 전복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밤새워 마시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고 희귀본 판화원본 도록과 춘화가 그려진 골프공을 선물 받는 등 인생의 한때를 화려하게 보낼 수가 있었다. 

순전히 청작화랑 손성례관장님 덕분이었다. 청작화랑에서의 화가선생님과 인연들은 훗날 경기신문 문화예술 담당 이사로 참여하며 더욱 끈끈해져 1년여 동안 60여 명의 작가 작업실을 직접 탐방해 인터뷰를 매주 토요판 마지막 지면 전체에 소개하는 영광의 기회를 얻었다.  
참 재미있고 멋진 시간이었다. 

만약 청작화랑 손성례 관장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도 예술을, 돌로 보는 눈먼 장님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손 관장님은 지금도 연세를 잊으시고 코엑스에서 2년 주기로 한국조형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조각과 입체는 물론 평면에 이르기까지 신진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릴 기회를 부여하고 지원하시는 관장님의 열정이 대한민국 신진미술 청년작가들에게 희망이자 등불되고 있다. 

손성례 관장님을 만나 미술을 보는 안목을 키웠고 즐겼으며 수많은 예술가들과 인연을 맺고 풍요로운 정신을 누렸다. 참 좋은 인연에 감사를 드린다.

 


 조대안
 조대안

단국대학교 경영학 석사
필리핀국제문화대학 명예 철학박사
칼빈대학교 명예인문학박사
한국고승유묵연구소장
중광미술연구소장
용인 한국근대문학관 건립위원장

 

 

 

 

저작권자 © 용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