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은 원래 ‘커플즈’라는 듀엣그룹을 하고 있었다. 1970년 커플즈를 해체하고 은희와 함께 ‘라나에포스포 Lana Et Rospo’를 결성해 6개월간 명동 YWCA 청개구리 홀에서 공연하며 앨범작업을 하여 데뷔앨범을 냈다. 바로 이 앨범에서 처음 발표한 「사랑해」가 대 히트곡이 되었다. 1971년 1월 데뷔앨범이 나왔지만 은희는 이미 솔로가수로 독립한 상태. 최안순을 영입해 공연과 방송을 시작하자 「사랑해」의 오리지널 가수가 누구냐는 논쟁이 일어났다. 방송에서는 최안순이 노래했지만 음반에 수록된 노래는 은희가 불렀기 때문이다.
은희와 함께 한 1집이 3만장 판매기록을 세운 덕분에 라나에로스포는 지구레코드로 전격 스카우트 되었다. 탈퇴한 은희 대신에 장여진을 거쳐 3기 최안순과 함께 발매한 라나에로스포 2집이 이 앨범 <라나에로스포 스테레오 히트선곡>이다. 타이틀곡인 한민 작곡 최안순 작사 「소리」와 유진상 작사 작곡의 「빗소리」등 7곡의 가요와 레이 피터슨Ray Peterson 의 싱글 「The Wonder of Youth」가 원곡인 「사랑의 경이」등 3곡의 번안곡이 수록되어 있다
한민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맑은 어쿠스틱 기타연주와 최안순의 가냘프면서도 차분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고운 목소리 그리고 한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따사롭고도 친근한 멜로디로 라나에로스포는 황금기를 맞아 혼성듀엣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의 음악은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특유의 서정으로 70년대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다. 70년대 8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2004년 리더인 한민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이년후 예순넷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듀엣을 유지했다.
한민이 작곡한 노래는 라나에로스포의 앨범에 수록한 「소리」를 비롯해 7곡이 전부였지만, 그는 탁월한 여성 싱어들을 영입하고 팝송 번안곡들과 타인의 창작곡을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역량덕분에 긴 생명력을 유지했다. 아름답고 달콤한 노래와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 마음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선율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그룹이었다.
라나에로스포는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두달에서 1년반까지 한민의 파트너로 거쳐간 여가수들이 13명이나 된다. 은희를 비롯해 솔로로 독립한 거의 모든 여성멤버들이 성공하자 라나에로스포를 거치면 인기가수로 뜬다는 소문까지 났을 정도다. 80년대 초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기도 했던 한민은 2001년 12기 김희진과 함께 새로운 라나에로스포의 음반을 발매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마지막 13기 멤버는 한민(본명 박윤기)의 딸 박윤정이었다.
라나에로스포가 이탈리아어로 ‘개구리와 두꺼비’란 뜻이라는데 사실 이탈리아어로 ‘개구리’는 ‘rana’, ‘그리고’는 ‘e’ 다. ‘et’는 프랑스어표기. 그러므로 ‘Lana Et Rospo’가 아니라 ‘Rana E Rospo’ 가 정확한 표기다. 그 오랜 세월동안 음반사나 그룹 당사자조차 바로잡지 않았으니 우리 대중음악계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한 예다.
소리 (한민 작곡, 최안순 작사)
소리소리 새소리에 울고만 싶어요
소리소리 새소리에 울고만 싶어요
그리운 님 보고 전해주세요
내 가슴 아픈 줄 전해주세요
소리소리 새소리에 울고만 싶어요
소리소리 새소리에 울고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