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혜의 두근두근 인생 2막 【5】

지공거사(지하철 공짜 노인) 등극 기념으로 보람차게 카드를 써서 인천 나들이에 나섰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맥아더 동상도 보고 인천의 특산 민어탕도 먹어야 한다 해서 남편을 따라나섰다.

1시간 40분을 가야하니 자리잡고 앉아 책을 꺼내고 보니 아뿔싸, 돋보기안경을 깜박하고 안 갖고 왔다. 으이구,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옆에 앉은 남편은 이미 핸드폰 삼매경, 난 눈감고 잠을 청하니, 다정함이 1도 없어 우리는 불륜이 아니라 부부라는 걸 온몸으로 증명했다.

민어탕 잘한다는 집을 찾아 신포역에서 내려 국제시장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조그만 전통시장에 온통 젊은이들로 바글바글했다. 이집 저집 대기줄이 난리도 아니다. 친구들끼리, 애인과 함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온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붐비는 집은 신포 닭강정가게. 수십년전부터 유명한 속초시장 닭강정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도 맛있는지 인기가 대단하다. 포장해갈 줄도 길고, 매장에서 먹을 줄도 길다. 놀라운 것은 2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매장에 빈자리가 없어 대기줄까지 끝이 없었다는 거다.

인천에는 차이나타운이 있어서 그런지 중국음식 인기도 대단하다. 중국식 만두와 공갈빵을 파는데 줄이 엄청 길어 엄두가 안 났지만 그래도 먹겠다고 줄을 섰다. 어렸을 때 명동 길건너 회현동에 살았다. 거리에서 전족으로 아장아장 걷는 중국여인들을 종종 봤다. 호떡과 월병을 파는 중국 빵집도 많았는데, 내가 특히 공갈빵을 좋아해서 아버지께서 자주 사다주셨다. 손으로 눌러 파삭 깨지면 얇은 빵 안쪽에 발라진 설탕시럽을 우선 핥아먹고 아작아작 과자같은 빵을 씹어 먹었다. 그 이후 진짜 중국인이 만든 공갈빵을 먹어본 적이 없어, 옛 추억이 떠올라 꼭 먹어보고 싶었지만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줄이 줄어들지를 않아 포기하고 나왔다.

떡볶이, 각종 도넛과 빵, 만두, 다양한 튀김과자, 오란다, 유과, 애그타르트, 대왕카스테라까지 없는 게 없다. 지역 특산물도 아닌데 집집마다 성업중이다. 어느 집은 줄이 특히 길어서 보니, 의아하게도 김을 구워서 파는 집이다. 요즘은 구워 파는 포장김이 수퍼마다 쌓여있는데 왜 굳이 줄까지 서서 사나 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궁금해서 줄을 섰다. 직원들이 재운 김을 숯불곤로 앞에서 연신 구워내고 재빨리 비닐 포장하는데도 대기줄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 사서 먹어보니 방금 구웠으니 맛있긴 하지만, 수퍼에서 파는 들기름양반김보다 두배는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려서 신기했다.

시장구경을 끝내고 차이나타운에 갔는데, 파는 음식의 종류가 거의 비슷한데도 물가는 진짜 관광지인 차이나타운보다 시장이 더 높아서 흥미로웠다.

우리 용인시장에도 순대골목, 떡 골목 말고도 이런 다양한 먹거리 가게들이 모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빵집, 만두가게, 호떡집도 모여 있으면 좋겠고 이에 더해 간단한 외국음식 거리를 만들면 좋겠다. 용인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가. 외국에 가지 않고도 그들의 음식을 여기서 맛볼 수 있다면 흥미로운 관광지가 될 것 같다.

베트남 음식만 해도 쌀국수, 비빔국수, 반쎄오(해물부침개), 월남쌈, 짜조(튀김롤)등 가볍게 간식으로 먹을 만한 게 많다. 중국식 고기진빵이나 공갈빵도 좋고, 인도네시아 나시고랭(볶음밤) 미고랭(볶음국수) 사떼(꼬치구이)는 어떤가. 인도나 네팔의 커리와 난()도 맛있다. 다양한 메뉴로 양을 적게 하면,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맛보면서 외국에 나간 기분이 느껴지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테니, 와본 사람들이 다시 찾고 입소문도 나서 멀리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릉, 속초, 제주도 동문시장 서문시장등 관광지만 시장에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줄 알았는데, 특별한 관광지도 아닌 인천의 시장도 된다면 용인시장이 안 될게 뭐란 말인가. 더 나아가 민속촌과 연계해서 서울의 광장시장처럼 다양한 한국음식으로 외국인들까지 사로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용인시장은 5일장이 붐비긴 하지만,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면 주말에도 찾아와 먹고 놀 수 있는 거리를 마련해야한다. 지공거사들도 멀리서 지하철로 놀러올수 있다

내 고장 내 사랑 용인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최성혜 편집위원
최성혜 편집위원

 

저작권자 © 용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