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은 역으로 흐른다 - 동봉스윽슥 싸아~스윽슥스윽슥 싸아~지구와 함께 대기 구르는 소리후다닥후다닥 눈을 뜬다한 눈은 감은 채잠 속에 남겨 두고한 눈만 떠 세상을 보면한 번 후다닥으로 족할 텐데어찌하여 두 눈이 동시에 떠질까천체celestial body는태양을 중심으로동북서남으로돌고 도는데생체 시계biological clock는동남서북 반대 방향으로 도는가내 생체 시계가 천체에 따라동북서남으로 돈다면내 몸은 과거에서현재로 다가와미래로 가지 않을 텐데어찌하여 미래는 다가와현재를 거치면서과거가 될까알고 보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거꾸로
낙엽보살마하살 - 동봉 마음이설명이 될까쉽지는 않을 거야전법이 가능할까전해 줄 법이본디부터없잖아이른 봄양지바른 곳할미꽃 피어나듯늦가을지는 낙엽이생각보다 빠르다봄꽃 필 때 그 느낌과낙엽 질 때 느낌이왜 다른 걸까웃긴다참계절의 알람나무 낙엽보살마하살 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2020년 5월 태국 왕립 마하출라롱컨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박사를 취득하였다.- 저서 및
낮과 밤은 한몸인데 - 동봉돋는 해를 바라보며결합 쌍둥이 중 언니 낮이동생 밤의 옆구리를 쿡 찍는다너 혹시 낮이 어떤지 알아?방금까지 별과 소곤대던 동생이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답한다들어봤지만 잘 몰라땅거미와 함께 낮잠에서 깬 밤이잠자려는 낮의 손을 잡는다언니는 별을 본 적 있어?아니, 아직까진 없어별은 혼자가 아니라서외로운 적이 없었어낮이 바싹 다가앉으며 묻는다그런데 얘 별이 누구야?밤과 낮은 결합 쌍둥이다같은 시 같은 분 같은 초에이 세상에 태어났지만서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두 자매의 얘
타테야마立山 - 동봉하늘이 열리고땅이 열릴 때메도 꿈틀댔으리라내 귀빠지기 전푸른메가 저리 솟았을까귀빠지기 훨씬 전에까만黑 강물이이리 떼部로 흘렀을까까망이 다 빠지고 난 계곡하얀白 강물川이 마을鄕을 이루었지바다 건너 백제로부터佛부톄仏님 건너오시니모은合 손바닥掌 뗄 줄 몰라지붕도 합장하였네꿈틀댄立 메山 일어나하늘을 찌르고메에 찔린 하늘이뽀얀 구름을 쏟아내마침내 파란 물길로 흘렀으리라고개를 젖히면메일까하늘일까구름일까메에 오르니발 밑이 온통 메뿐이다넉넉한富 게 메山 뿐이라이름을 도야마富山라 했으리까망黑 부족部쿠로베黑部 역사는검은 태양에서
고마워, 생로병사 - 동봉어제 이맘 때글을 올리고 난 뒤하루라는 시간이 지났다지구가 한 바퀴 자전했으니무려 23시간 56분 4.1초 만에땅덩어리가 공중제비를 한 셈이다그런데 난 어지럽지가 않다자전 속도가 초속 465m이니대기 음속보다 빠른 편이다공전 속도는 얼마나 될까 자그마치 자전보다도예순네 배나 더 빠르게태양 주위를 날아가고 있다그만큼 난 지구와 함께어제보다 다른 허공에 와 있다그런데 왜 어지럽지 않느냐며어떤 젊은 수좌가 물어왔다할 말이 없어 답한 것이'관성 때문일 거야'다죽음을 놓고 슬퍼하고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역시 관성의
까만 포도알동봉원효스님은 이렇게 읊는다저토록 까만 포도알이영글게 익어가면서자신을 돌아보니촉촉한 보슬비에도부드러운 안개에도비단결 살가운 바람에도결코 흔들린 적이 없었네밤이면 하얀 달빛이궁륭한 하늘을 노래하고그믐이면 노란 별들이하얀 은하수로 유혹했지솔깃한 이야기에속삭이는 이야기에귀를 기울이면서도강물은 끝끝내 바다로 간다커다란發 마음心으로드넓은發 마음心으로닦修고 행行하는 그대여!용상의 덕을 바라보는가그렇다면 그대여어떤 아픔도 다 견뎌라오랜 고통을 모두 참아내라높은 마음을 내어깊은 마음을 내어닦고 행하는 그대여!수사자 자리에 오르려는가그렇
음펨바 효과 - 동봉나의 시집 처녀작음펨바 효과말씀言의사원寺을 일러시詩라고 표현했던가시詩는산소와 같아눈에 띄지 않지만언제나 함께하고 있지다만 느끼느냐 아니냐일 뿐Aechmea fasciata에크메아 파시아타꽃말이 '만족'조화인 듯이쁘다Mpemba Effect음펨바 효과의출산 도우미그리고함께하는모든 이들에만족의 꽃을 드린다 동봉스님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20
시간이 외로웠습니다 - 동봉하이얀 달밤맑고 잔잔한 호수에달이 놀러와 얼굴을 씻고 가고별들이 떼로 내려와이야기 보따리 풀어놓고 갑니다개구리도 첨벙소금쟁이도 살폿물방개도 사록사록 놀다 갑니다옆에서지켜보던 시간이호수에게말 한 마디 조용히 건넵니다"호수야 호수야!난 어느 시간에 놀러 올까?"호수는 말이 없습니다호수에는 모습을 가진 자만이올 수 있었는데시간에겐 모습이란 게 없었거든요시간이 외로웠습니다모습이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그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그는 호수가모습이 없는 그의 말을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시간은 깨
하안거 해제 법어 - 동봉기起구순 전에는 결제라며시간을 묶어 놓고나를 찾더니석 달 뒤 해제라며공간을 풀어 놓은 채만행萬行 길에 오른다승承주인공아!내 너에게 묻는다시간을 묶는다고 하여무량겁이 멈춘 적이 있으며공간을 풀어헤친다 하여마음에서 앤트로피가증가한 적 있던가전轉마음을 비우면무량겁이 곧 결제요그 움직임이 자유로울 때대천세계가 그대로 우주다매미 한살이는 17년이나수행자의 한살이는일정치가 않다결結주인공아!내 너에게 권한다풀지 말라시간은 흐른다애써 묶지도 말라공간은 팽창하고 있다해解주인공아!자세히 보라활짝 열린 마음에E는 MC제곱이란
자유의 회복 - 동봉빛光은 자유고어둠은 부자유입니다광복은 자유의 회복입니다이제 다시는 더임진왜란과 같은 상황을불러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이제 다시는 더병자호란과 같은 상황을불러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이제 다시는 더일제강점기와 같은 상황을불러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개인의 권리를남에게 빼앗기는 것도차마 있어서는 안 되는데국권까지 내줄 수는 없습니다나라를 건진 뒤에빛光과 자유의 회복復이더없이 중요함을 깨닫기보다아예 처음부터 흔들리는 일만큼은만들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동봉스님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살아있었구나 - 동봉꼭두새벽부스럭거리는빗소리에 잠을 깬다때도대기도넷 에움도온통 살아있다제행무상諸行無常모든 것은 변화하니까작디작은곤충 한 마리이내 줄타기하다가책상 위를 열심히 달리다방 마루로 방향을 튼다고 마이클 잭슨의스텝을 느낀다모르는 이름그냥 '너'너어쩌면그리도 바쁘게발을 움직일 수 있니너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열심히 달아나는 거야살아있다는 게참 장하다 동봉스님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등목의 가치 - 동봉인仁이 과연 무엇일까어떻게 생긴 것일까어떤 빛깔일까부드러울까딱딱할까마음이무엇일까를평생 궁구했으나뒤집어진 몽상만큼단지 아련하기만 할 뿐짬 날 때가 있을지 모르나사람 몸을 받았을 때풀어내지 못하고저세상 가서푼다고?이理 기氣 성性 명命을오늘 보이려 했는데주자의 인仁처럼알 수가 없다핑계지만접자미루기좋아하는 건좋은 버릇 아니다갑자기떨어진 시력쓴 글이 보이잖아전전긍긍하고 있느니모양도 빛깔도 모두 떠난인仁 찾고 마음이나 찾을 걸삼복에땀 좀 흘리고지하수 물을 길어정수리에 들이붓는 맛이 맛은 양보하고 싶지 않다저세상까지 가기 전
내로남불 - 동봉글이나 책에서는 표현합니다부모님께 늘 효도하고나라에 충성하고부부간에 서로 사랑하고동기간에는 우애하며친구와 친구 사이는특히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요글이면 글로 표현하고책이라면 책으로 표현하면서표현한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데실제 그리 살지 않는 이들이이 집東이나 저 집西이나예古나 이제今나 허다합니다영조 이전에도 그러했고당시도 그랬나 봅니다영조는 바로 이점을 채근합니다.위대한 군주를 비롯하여지체 있는 집안에서마을과 고을과 나라에서오래도록 존경을 받는 것은반드시 배운대로 실천함에 있습니다지체 있고 벼슬이 높을수록그 삶이 모범이
마음을 적셔라 - 동봉비야내려라바람을 적시고잿빛 하늘을 적시고내와 강과 호수를 적시고끝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적시고메마른 대지를 적셔라비야내려라어제에서 오늘로그리하여 내일로 이어지는장구한 시간을 적시고뭇 생명을 적시고사이를 적셔라비야내려라푸석푸석한마음을 적신 뒤단순한 흑백의 세계를대자연의 컬러로 그려 내라 동봉스님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2020년 5월 태국
직관 intuition - 동봉산은 산물은 물이다산에서산을 찾으나산이 보이지 않고물에서물을 찾으나물이 보이잖는다산은산이 아니고물은 끝내 물이 아니다어느 날다시 보니산은 곧 산이고물은 그대로 물이다구름 위는 그대로 두라소나기 쏟아지면우산을 들 뿐직관이란이런것땀흐르면흐르게 둘 뿐 동봉스님 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2020년 5월 태국 왕립 마하출라롱컨대학교에서
오어자五語者 - 동봉가부좌로앉아 있는데금강경 제14장이상적멸분에 실린오어자가 떠오릅니다一.진어자眞語者시여!당신의 말씀은 참되시나이다사자의 울음에도끄떡도 하지 않으시지만풀잎을 흔드는작은 바람결에도함께 웃고 흔들려 주시는당신의 말씀은 그러하시옵니다二.실어자實語者시여!당신의 말씀은 실다우시나이다칠흑같은 그믐밤을반짝이는 별들로수를 놓으시다가새벽녘 여명이 올 때소쩍새 울음에도 화답하시는당신의 말씀은 그러하시옵니다三.여어자如語者시여!당신의 말씀은 여여하시나이다새벽 공기를 가르고아침이 찾아와햇살이 누리를 비출 때면풀잎 위 자신의 신명을무주상으로
점철의 역사 - 동봉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이게 주관적일까객관적일까아니면이도 저도 아닐까 컨버터블 칼라처럼떼었다 붙이고붙였다 떼고지나간 역사는으레 그럴 수 없겠지 점철點綴하기를계속하던 중잠이 든다스르르 현재 역사는 장맛비인가하얀 햇살 반짝이다빗줄기로 죽죽구름 사이다시금 햇살한데 잊지 말 것은우산은 꼭 챙겨야겠지 동봉스님서기 1953년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서 출생. 1979년 2월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9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관리자과정 이수. 2018년 10월 윤동주 시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2020년 5월
삶의 즐거움 - 동봉쏟아지던 소나기가채 그치기도 전구름 사이로고개 내미는 햇살일곱 빛깔의 무지개는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걸까프리즘을 통과한 햇살이혹 진여眞如일까무지개 빛깔로스펙트럼을 이룬다그토록 아름다운 빛이프리즘에 숨어 있었을까아니면 햇살에 묻어 있었을까환단고기桓檀古記를 들고먼 곳에서 벗이 찾아왔다즐거움이 있다더니오잉! 이 맛이네도연 수좌여!참 반갑다읽게 안 될 거라며도연 수좌에게는아예 무관심한 척하였는데환단고기 맛에 푹 빠졌던 것일까하얗게 첫새벽을 맞이한다구약성서 읽는 기쁨이여기도 있었구먼공자 말씀이다"벗이멀리서찾아 주니또한 즐겁
중노동이 좋다 -동봉처음 절에 들어와사미계를 받기 전까지를이른바 행자行者라고 하며행자로서 닦는 기간을행자생활이라 한다곧 중노동이다지난해 6월 이맘때부터두서너 시간 또는 대여섯 시간매일같이 도량道場을 가꾸고소제掃除하고 정돈한다일을 한다는 게 즐겁다나는 중노동이 좋다어제는 아침 9시부터땅거미가 드리운 8시까지꼬박 11시간 중노동을 했다완벽하게 행자 신분으로 돌아가니몸은 더할 나위 없이 피곤하지만마음만큼은 한없이 즐겁다중노동이 참 좋다평소 화두話頭를 들거나명상冥想에 침잠해 들어가면끝없이 일어나던 번뇌와 망상이일할 때는 좀체 일지 않는다그
인력 척력 -동봉 이슥한 밤자시子時의 시작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조견오온개공'이 떠오른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방금 그게 뭐였지?''오온개공?'오온을낱낱이 톺는다오온이 공하다면서텅 비었다는 오온으로뭘 톺아나아가려는 것일까시작은 인력引力인데시간이란 녀석은힘을 바꾼다척력斥力밀어내는 힘으로 말이다가령 먼지를 털어내려면어떤 게 먼지인지알아야 하듯오온이 비었다면뭐가 오온인지 알아야손을 대든 말든 하지 않을까오온의 첫째가 색色이다드러난現 모습象이색이라 한다면그 색을 톺아나가는 것이수상행식 아니겠는가톺는 주관과 함께톺아질 대상이다 비었는데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