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여유로우며 공기 또한 맑고 신선하다. 그곳에서는 흙을 닮아 정직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넉넉한 가슴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을 찾으면 새들이 맑은 공기 속에서 노래하고 나무들이 푸르게 숨 쉬거나 바람결에 환호하는 모습 등이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며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고향의 정자나무처럼 늘 그리운 대상이 시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막히는 도로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휴일이면 산이나 계곡 등을 찾곤 한다.한 아름의 산수유와 매화
육감적인 조형미를 추구한 화가의 꿈 Ⅲ 천경자는 앞서도 잠깐 이야기하였지만 육감적으로 타고난 화가였다. 마치 자신의 영혼에서 드리워진 혼의 예술과도 같은 인물을 그린 그림들이 홀연히 그려졌는가 하면 매우 무표정하면서도 철저하게 고독이 흐르는 여인이 모습으로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여성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말이 없는 상념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내면의 형상이 잘 드러나 있다. 그가 이처럼 독특한 여성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입학한 동경여자미술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의 미술은 주지하다시피 우리와는
꿈을 먹는 예술가의 삶과 열정 Ⅱ 천경자는 자신의 기도가 ‘공중에 메아리쳤으나 하늘 가까이 까지는 퍼지지도 못했다’는 확신을 가졌던 듯하다. 그만큼 그의 예술가적인 심적 표상 능력이 대단했다고 생각된다. 완전한 기독교인도 아닌 상황에서 마치 성경 말씀에 ‘사람들은 죄가 있고 그 죄가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을 수 없다’라고 한 것을 깨닫고 있듯이 담담하게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그림을 통해 삶의 끝을 보고 경험한 듯 그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는 한 사람의 고독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
꿈을 먹는 예술가의 삶과 열정 Ⅰ ‘부슬비가 내리는 어느날 담장 위를 스르르 기어가던 뱀 한 마리가 자신의 화단으로 툭하고 떨어지는 순간 그 뱀을 보기 위해 우산을 받쳐 쓰고 후다닥 뛰쳐나가 뱀을 보았는데 너무도 예쁜 뱀이었다.’ 필자가 미술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 천경자가 쓴 책을 읽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천경자 하면 떠오르는 인상적인 내용이다. 보통 사람들은 뱀을 보면 무섭거나 징그러워 냅다 도망을 하는데 거꾸로 비도 부슬부슬 오는 날 뱀을 보기 위해 일부러 우산을 받치고 후다닥 뛰쳐 나갈 정도로 대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이
두어 달 전 한국미술계의 거목 최만린선생이 별세하였다. 중요 일간지에서는 그를 한국 조각계의 대표적 인물리라 평하며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였다.그동안 필자는 미술 이론가이자 미술평론가로서 미술계의 원로들이나 중진작가들을 포함한 많은 미술인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는 자신의 역량에 비해 과대 포장된 원로작가도 있었고, 현란한 사교술을 지닌 작가도 있었으며, 작업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작품성과 처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작가도 있었다. 물론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지하게 작업을 해
나무판에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내는, 마음이 아이처럼 여리면서도 개성이 강한 작가 김덕용의 작업실을 찾았다.경기도 광주에 있는 작업실까지는 구불구불하여 다시 찾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길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따라서는 안내가 도중에 종료되는 수가 있어서 전화 통화를 해야만 찾을 수 있는 상황도 종종 있다고 했다.점심을 먹고 나른한 몸을 가누기 힘든 시간인 오후 두 시 무렵에 낮잠을 즐겨보려는 작가 김덕용에게 필자는 불청객이 되어 들이닥쳤다. “잠 좀 자려고 했어요. 전업 작가가 이런 맛도 없으면 재미없지요.” 시간에 쫓겨 움직이다 보니
수많은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 뛰어난 작품성으로 기대되는 작가들 중에 한 사람으로 보리밭의 작가 이숙자를 들 수 있다. 십 몇 년 전인가 필자는 백두산을 테마로 한 이숙자의 개인전을 보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작품이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이룩한 대작이라는 것과 큰 구상작품이면서도 채색의 힘을 잃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침울한 요즘 이숙자의 보리밭 그림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청량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이숙자는 서울의 중심가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에 6.25를 만나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충북 옥천의 조그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