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세상이 미쳐간다”고들 한다. 바깥세상을 보아도 전쟁으로 미쳐 날뛰고 있다. 요즘 기후도 미쳤다. 춥다가, 덥다가, 비가 억수로 내렸다가, 가뭄으로 땅이 타들어 간다. 지구 한쪽은 물이 없어 타들어 가고, 또 다른 한쪽은 물난리로 죽어간다. 한쪽은 혹한으로 고생하면, 또 다른 한쪽은 폭염으로 애를 태운다. 기후도 들쭉날쭉하며 세상도 들쭉날쭉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아귀(餓鬼) 모습처럼 권력에 굶주려 성찰 없이 함부로(?) 말하며/배설하며 미쳐 날뛰고 있다. 국민은 미쳐가고 있는 것을 보는데 자기들만 정상으로 여긴다. 가관이다. 이런 모습을 옛날 사람은 ‘미친년 널뛴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반여성적 표현이다.

‘미쳤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쳤다’는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학적(문화인류학적) 의미고, 또 다른 하나는 심리학적 의미다. 전자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out of place)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out of mind)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 서 있거나 돌아다니고 있다면, 모두 지나가면서 “저 사람 미쳤구먼,” “재 또라이(돌아이?)야”라고 할 것이다. 이유는 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out of place)에 있기에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화장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大路)에서 방뇨(放尿)한다면, 우리는 그를 미쳤다고 할 것이다. 군인이 총을 메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우리는 그를 미쳤다고 한다. 이유는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온전한(sane) 사람, 온전한 사회란,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은 국민을 이용 혹은 우롱하는 자리가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인 섬기는 자리에 있고, 학생은 학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선생은 선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목사(종교인)는 목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이고 아름다운 사회이다. 두 번째, 후자는 ‘정신이 나갔다’(out of mind)는 의미이다. 정신 줄을 놓거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를 말한다. 둘 다 정신과나 상담과에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흔히 ‘미쳤다’는 것을 ‘아름답다’(‘美쳤다’)라고 말한다. 빼어난 재능, 탁월한 모습,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美쳤다’라고 탄성을 지른다.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무질서(anarchy)의 세상에서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고, 탁월한 재능의 사람, 절제와 섬김과 사랑과 희생의 사람을 보며 이 세상은 그래도 여전히 참 아름답고 친밀한 세상이라고 외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살고 싶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라는 시(詩)의 끝 소절처럼, 언젠가 내 조국, 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는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아름답고 친밀한 세상인 ‘미친(美親) 세상’을 꿈꾼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심상법 교수
심상법 교수

- 고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 총신대 총장 대행역임

- 양지면 평창리 '예움도서관' 운영

- 양지면 학촌로 78 '순례자의 집' 설립

저작권자 © 용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